안케의 눈물 (3)-전략과 전술작전 문제 있다(55화), 드디어 무명고지를 탈환하다 (59화)(55-80화)

2023. 6. 25. 08:28유용한 정보/군사소식

대한민국 주월 한국군 파병 최초, 최대, 최후의 맹호부대 안케패스

638고지 탈환 전투 참전(실전) 수기 연재 (1-139화)

'안케의 눈물'

 

안케의 눈물 (3)

전략과 전술작전 문제 있다 (55화), 드디어 무명고지를 탈환하다 (59화)

 

전략과 전술작전 문제 있다 (55)

 

그리고 맨 후미에서 포 뜨는 타이밍을 잘 맞추어서 여유롭게 따라와서 저 밑에 혼자 앉아 있던 최 지원 병장도 큰 바위 밑으로 올라와서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저 앞쪽에서 멧돼지처럼 씩씩거리며 달려온 김 영진 병장이 아군 포병들에게, 개-새끼 병신새끼들 잡으라는 적은 안 잡고 아군 잡는 완전히 똥 포구만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큰소리로, 포병, 그들에게 욕을 해대며 비아냥거렸다.

 

그 옆에 있던 분대장 김 종일 하사도, “개새끼들! 씨 벌 새끼들! 도대체 포를 어떻게 쏘는 거야 하였다. 그러면서 그도, 차오르는 흥분을 걷잡을 수 없다는 듯 길길이 날뛰었다. 적들은 포 다리(삼각대)도 없이 나무나 바위에 기대놓고 포를 쏘아도 정확하게 잘도 명중시키던데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또다시 이렇게 투덜거렸다. “마침, 그때 제 3중대 지휘부 밑에 있던 권 병장과 박 병장이 소속 따지지 않고 침착하고 재빠르게 수 타 식과 오성 수 타 식을 재빨리 쏘아 올려서 ‘포사격 중지’ 신호를 보냈기에 망정이지, 아군의 피해가 엄청났을 게 뻔해” 하였다.

 

또 그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크게 흥분하였다. 그는 우리 수색중대 제2소대도 결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아군진영에 포사격을 한 포병들에게 개새끼 병신새끼들 하고 욕설을 퍼부어 댔다. 그러면서 그는, 입에 게거품을 물고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며 역정을 쏟아 내었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이렇게 말했다.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상황실에서 포진지에 있는 포병, 그들에게 포 사격 명령을 하달했을 때, 월맹군, (적들의) 포가 아군들 포진지에 무차별 떨어지니까. 잔뜩 겁을 집어먹는 그들은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에 아무렇게나 얼른 포사격을 끝내고 안전한 탄약고속으로 뛰어 들어간다고 했다. 이 같은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분대장 김 종일 하사가 투덜거렸다. 그러면서 그는, 포병 그들이 하는 행동이 정말 기가 차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또, 방칸 제1대대 전술기지 내에 있는 제61 포대에서도 한 지점에서 두 번만 포사격을 해도, 어떻게 된 노릇인지 적 그들은, 아군의 포사격 위치를 정확하게 포착해 내었다. 적들이 쏘아대는 포탄이 소름끼칠 정도로 아군 포진지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아군 포병들은 고육지책으로 한 번 발사하고 나서 재빨리 포신을 다른 장소로 이동하였다. 적들의 포가 아군 포진지에 집중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포사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좌표도 무시하고, 조준이 정확하지 않으니까. 포탄은 빗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으니, 아군의 피해와 희생이 불을 보듯 번하다고 하였다.

 

서울대학 정치외교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나왔다는 최 지원 병장은 아군 포에 희생된 전우들에게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이 마음이 아프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포병들에게만 똥 포니 뭐니 하며, 개새끼, 소 새끼, 씨 벌 새끼들 욕하고 비아냥거리며 나무랄 일만 아니라고 하였다.

포병, 그들도 인간이라 적들의 포가 아군전술 포진지에 무차별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조준으로 포사격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된다고 그는 열변을 토했다. 그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에서 포사격을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일이 빚어지게 된 연유를 예리하고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아군 지휘부는 지금과 같은 전략과 전술작전을 구사했을 때, 적들이 어떻게 대응해 올지 미리 예상해서 제 1대비책, 제 2대비책, 제 3대비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하였다. 이 같은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서 638고지를 공격했더라면 적들이 아군 포병을 이용하여 아군이 희생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적들의 교란 전술작전에도 걸려들지도 않고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1, 2, 3의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고 보병과 포병에게 주먹구구식으로 무작정 638고지 공격작전을 명한 것은 아군 지휘부의 전략과 전술작전이 문제가 많다고 최 지원 병장이 면도날처럼 예리하고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머리가 나쁘면 다리가 고생한다.’는 말처럼 …….

지휘부의 전략과 전술작전이 빚은 무모하리만큼 멍청한 실패와 오판으로 적들의 전술작전에 말려들어 어쩔 수 없었던 불가항력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애매한 포병들만 억울하게 모든 질책과 질타와 욕을 얻어먹고 모두 뒤집어쓴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최 병장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권 병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휘부의 전략과 전술작전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작전에서 아군 포에 아군이 희생되는 전술작전 때문에 보병이 포병을 믿지 않고 불신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군의 사기가 저하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또 그는, 첩보와 정보전에서 밀린 아군 지휘부는 전략과 전술작전에도 밀릴 수밖에 없었던 비참한 결과라고 말했다.

 

태평양 전쟁, 미드웨이 전투에서 무기체제는 미국보다 일본이 우세하였다. 하지만, 일본은 레이더 장비가 없었다. 그러므로 레이더를 환히 들여다보고 작전하는 미국한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미드웨이 전투에서는 일본은 미국에게 크게 패하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이앙케 전투에서도, 아군은 무기체제나 모든 조건이 적들보다 우세하였다. 그러나 아군은 전술기지에 있는 포진지가 적들에게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그런 반면에 적들의 포진지는 아군 포진지보다 높은 곳 정글 속에 은폐엄폐 되어 있었다. 적들의 포진지는 어디에 있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적들은 아래에 있는 아군 포진지를 손바닥 들어다 보듯이 환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적들은 아군의 일거수일투족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아군 포진지에 포탄을 퍼부었다. 하지만, 아군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적들의 포가 어디서 어떻게 날아오는지, 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따라서 아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군 포병들은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허공에 포사격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더군다나 적들은 포신만 옮겨 다니면서 아군 포진지 가까이 접근하여 나무나 바위에 기대놓고 몇 발 쏘고 또 이동하는 전술작전에 아군은 적들의 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날아올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무상한 월맹군 국방장관인 보 구엔 지압의 독특한 전술작전이 잘 먹혀들고 있는 것 같았다

아군 지휘부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권 준 병장이 말했다.

권 병장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최 병장이 다시 반론을 제기하였다. 그는 아군 지휘부의 전략과 전술작전에 문제가 많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또다시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여 다음과 같이 이론을 전개하였다.

첫째는 638고지 공격작전 타이밍을 잘못 선택했다고 하였다. 두 번째는 보병이 고지를 향해 야금야금 전진을 하면 포병은 보병이 전진하는 만큼 포를 조금 씩 조금 씩 고지 쪽으로 포사격을 실행해 주는 전술작전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다. 아군 포진지가 적들에게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때문에, 적의 포탄이 무차별 투하 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작전을 전개 했어야 했다고 그는 열변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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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운동권학생이었다 (56)

 

그러므로 아군 포는 보병과 같이 작전하는 것보다 638고지 뒤쪽, 적들의 보급로와 적들의 연대본부 상황실 천연동굴 입구에다 집중적으로 포탄을 투하하는 전술작전을 전개했더라면, 적들의 교란작전에 말려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아군 포에 아군이 희생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했다.

그리고 그는, 캄캄한 어두울 때 보다 밝은 대낮을 선택했어야 했다고 하였다. 때문에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는 아군이 훨씬 유리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또, 그는 아군 포 지원사격보다 미군 무장헬리콥터의 지원을 받아 공중에서 아래를 환히 내려다보이는 위치에서, 지상 숲속에 있는 적들의 포진지부터 먼저 찾아내어 로켓포와 M-60경기관총으로 정확하게 공격하여 초토화 시켜놓아서야 했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638고지 벙커와 참호 속에서 방어하고 있는 적들에게 집중 폭격을 가하고, 마지막으로 지상에 있는 보병이 공격해 올라가는 전술작전을 펼쳤더라면 아군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도 638고지를 쉽게 탈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정확하고 전술전략가와 다운 영리한 분석을 하고 있었다. 서울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최 지원 병장의 수재다운 달변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그는 축구, 배구, 기타 등 등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했었다. 또 그는, 아는 것이 많기 때문에 항상 전우들이 최 지원 병장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주위에 자주 모여 들곤 했다. 권 병장 그도 같은 분대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최 병장 말을 자주 경청하게 되었다.

그의 명석한 지략은 앙케 작전을 지휘하는 지휘관들보다 상황판단을 매우 정확하고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이 월등하였다. 뛰어난 그의 지략과 예리한 분석력에 항상 전우들은 무릎을 치며 탄복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적의 포 뜨는 타이밍과 소리를 듣고 포탄이 멀리 날아가는지, 주변에 떨어지는지? 군 교범에도 없고 교육받은 적도 없는 것을 최 지원 병장이 정확하게 분석해 내었던 것이다. 최 지원 병장의 면도날처럼 예리한 지적과 상상을 초월한 뛰어난 분석력에 김 하사와 권 병장, 김 병장, 박 병장과 같이 신참으로 이 전투에 처음 참전한 천 병장도 할 말을 잃고 최 병장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이처럼 뛰어난 지략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말단 소총수로 정글 속을 기는 것이 너무나 아깝다고 하였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그가 아깝다고 입을 모았다. 최 병장 같은 능력 있고, 실력 있는 사람이 앙케 작전을 지휘했더라면 유능한 전략가로서 엄청난 전과를 올렸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세계적인 전략가, 월맹군 국방장관인 보 구엔 지압의 독특한 전술작전을 뛰어 넘는 전략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모두들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를 극찬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차라리 육사를 가서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했더라면 유능한 장군감이라고 극찬하면서, 그가 너무 아깝다고 모두들 아쉬워하였다.

 

최 지원 병장은 멋쩍게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도,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와 친구들로부터 육사에 가라고 많은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장교였던 아버지가 6. 25전쟁 때, 전사하고 어머니 혼자서 고생하시며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가여워서 육사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최 지원 병장 그는 서울 출신이었다. 그는 장교였던 아버지 최 성규와 전문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였던 어머니 문예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다. 또,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민족 최대 비극인 동족상잔의 6. 25전쟁이 발발해 장교였던 아버지가 그만 전사하고 말았다.

문예지의 친정 부모는 젊은 나이에 혼자 살아가는 딸의 처지가 너무나 가엾고 안타까워 앞날이 구만리 같은 청춘이라고 늘 걱정하였다. 그러시면서 그들은, 외손자(지원)는 우리가 잘 키워 줄 테니까, 재가를 하라고 끈질기게 그에게 회유와 설득을 하였다.

마침, 서울 장안에서 알아주는 부자 집의 둘째 아들한테서 중매가 들어왔다. 그 부자 집 둘째 아들한테로 재가를 하라는 부모님의 집요한 강요에도 굴하지 않고, 그는 지원과 같이 살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문예지는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사교성으로 5.16 군사 정권이 들어선 후, 군에서 정치권으로 이동한 남편의 옛 동료와 선후배들이었던 정치인들을 상대로, 그는 비밀요정을 운영하게 되었다.

지원은 부모를 닮아서인지, 어려서부터 똑똑하고 총명했으며 어머니 문예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공부도 잘하였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반장과 우등상을 한 번도 놓쳐 본 적이 없는 아주 모범생으로서, 어머니 문예지를 기쁘게 해 주는 효자이기도 했다.

 

지원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지원이 어머니 문예지는, 남편 최 성규가 전사하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그 당시 같은 기수 중에서 선두 그룹이었던 그가, 지금쯤 최소한 장관 한 자리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 남편을 꼭 빼 닮은 지원에게, 요즘! 육군사관학교가 최고로 인기가 좋다고 은근히 강권하였다.

 

“지원이 너 같은 실력이면 충분히 육사에 들어 갈 수 있을 텐데 ……” “이 참에 지원이 너도 육사나 가렴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아들 지원이가 육사에 진학하기를 소망하였다. 이에

똑똑하고 영리한 지원은 어머니를 이렇게 설득하였다. 국가를 위해서는 아버지 같은 분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가정으로 보아서는 말 할 수 없는 비극이다 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를 조국에 바치고 어머니 혼자서 고생하시면서 살아가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또 그는, 군인의 길은 아버지 혼자만으로 족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 지망하겠다고, 어머니를 설득하였다. 정치외교학과에 지망하겠다는 말을 들은 지원이 어머니는 지원이가 너무 대견하고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그는, 더 이상은 아들에게 육사에 가라고 권유하지 않고 그의 뜻에 따라 주었다.

 

어머니의 지극한 뒷바라지로 지원은 그 어려운 서울대학 정치외교학과에 무사히 합격하였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서부터 그에게 문제가 생겼다. 그는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공부밖에 모르고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운동권 선후배들과 어울리면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글과 ‘군바리 새끼들이 총칼로 정권을 빼앗아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화를 말살시키는 파쇼 독재정권을 타도해야 된 다󰡑는 선배들의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그러나 지원은 선배들의 말에 애초부터 동의하지는 않았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군인이야 말로 국가를 위해서 충성을 다하고 목숨까지 바치는 최고의 애국자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지하자원 하나 없고 국민 대부분이 굶주리고 있는 이 같은 현실에서는 민주화는 시기상조이며, 그 누가 정권을 잡아도 가난에서 헤어나기란 어려웠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때문에 그는, 처음에는 운동권 선배들이 민주화니 뭐니 떠들어 대면서, 마치 그들이 선구자인 것처럼 국민들을 기만하여 공산주의 체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인간들이라고 경멸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배들의 말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던 지원이도 졸업할 무렵에 이르러 군사 정권의 부정부패, 4대 의혹 사건들, 3선 개헌 같은 사건들을 어지럽게 접하게 되면서부터 긴가민가했던 운동권 선배들의 말이 정의감에서 우러나오는 충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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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와 중정프락치 ((57)

 

때문에 그는, 학생 운동에 빠져 들게 되었다. 학생 운동에 빠져 든 그는, 공부는 뒷전이고 매일같이 선후배들과 함께 선술집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군바리새끼들이 다 해 쳐 먹으니, 우리 같은 정치 지망생들은 할 일이 없다’ 고 울분을 터트렸다. 따라서 그 운동권 선배들의 하소연을 자주 듣다가 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들에게 세뇌되었다고 하였다. 때문에 그는, 그들에게 세뇌되어 학생운동에 빠져 들었다고 하였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새마을 운동을 높이 평가한다는 ‘새마을 노래’ 을 들어도 구역질이 났다. 자연히 울화통이 터졌다. 선배들 말이 구구절절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원은 학생운동으로 빠져 들게 되었던 것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 는 옛 속담처럼, 공부밖에 모르던 그는,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화를 말살하는 군사 파쇼 정권은 물러가야 된다고, 그는 입에 게거품을 물고 박 정희 군사정권을 비판하고 타도하였다. 결국엔 그는, 요주의 인물로 지명 수배를 받게 되었다. 그는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중정 요원과 경찰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원이 어머니 문예지는, 그 당시만 해도 전문대학을 졸업한 최고의 엘리트였다. 그는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사교술로 군 출신 정치인들과 인맥이 두터운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는 그 정치인들을 상대로 비밀요정을 운영하면서 정•재계 고위 간부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였다.

 

때문에 그는, 요정에 오는 단골손님이었던 중정 고위 간부를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들과 잘 아는 사이가 되었다. 또 그는, 그들과 자연히 교분을 쌓게 되었다. 때문에 문예지는 요정에 단골로 오는 중정의 고위직 간부, 그에게 하소연을 하게 되었다. 그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운동권 선배들의 꼬임에 빠져 학생운동을 하다 지명수배를 받아 쫓기는 신세가 되었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긴 한숨을 토해 내었다.

 

그 중정 고위 간부도 이미 보고를 받아 잘 알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아들, 지원을 찾아서 자수를 시키라고 하였다.” 지원이가 자수만 하게 되면 내가 뒤에서 최대한 ‘선처’를 해 주도록 힘을 써 보겠다. 고 하였다.

그는, 중정 고위간부인 그의 말을 믿고, 서울 근교에 단골로 다니던 절에서 지원이의 자수를 설득하기 위해서 중정 요원이 귀띔해준 지원이 선배를 통하여 은밀히 연락을 취해 아들을 만났다. 지원이 어머니는 아들 지원에게 눈물로 자수를 권유하였다. 하지만, 지원은 동지들을 배신할 수 없다고 어머니의 권유를 거절하였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어머니의 간곡한 청을 거절하였다!”

지원이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붙잡고 매달리며 아들을 설득 했다. 하지만 아들 지원은, 어머니의 떨리는 손을 매정하게 뿌리치고 돌아설 때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하였다. 때문에 그는, 견딜 수 없이 괴로워서 한 없이 울었다고 했다. 지금도 현인의노래, ‘비 내리는 고모령’ 노래 가사가 그때 어머니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던 생각 때문에,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 부엉이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하는 구절이 절절이 가슴속 깊이 와 닿아, 어느새 이 노래가 최 병장의 십팔번이 되어 자주 흥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

부엉새도 울어다오 나도 울 어 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오던 그날 밤이 괴로 움 구나

 

그는 어머니의 끈질긴 설득과 눈물, 애원으로 동지들의 협박과 회유로 고민하던 끝에, 자기 하나만 보고 평생을 살아온 어머니가 너무 가엾고 불쌍한 생각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어머니의 뜻에 따라 자수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중정 고위 간부가 신원보증을 서고 선처를 부탁한 덕에 실형을 면하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풀려나와서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다. 하지만, 권력에 굴복하여 자수했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그는 ‘군 면제 대상인데도 불구하고,’ 고육지책으로 운동권 동지들과도 멀리 하 기 위해서 군에 입대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군에 입대 하였다. 하지만 그는,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선후배와 동지들에게 배신자와 중정프락치로 낙인이 찍혔다. 지원은 배신자와 중정프락치라는 낙인 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때문에 중정프락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월남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월남으로 가려고 지원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어떻게 알았는지, 어머니가 달려오셔서, “월남에는 가면 절대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네 아버지 하나로 조국에 바쳤으면 족하지, 지원이 너까지 전쟁터에 보낼 수는 없다고 하였다.

“내 평생 너 하나 보고 이때까지 살아왔다.”

그는 눈물로 호소하는 어머니의 애절한 모습에 몇 번이고 지원했다가는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선배들과 동지들의 중정 프락치와 배신자란 따가운 눈총 때문에 더 이상 견디고 배길 재간이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자신에게 신원보증을 서준, 그 중정 고위 간부에게 학생운동을 함께했던 같은 동지들로부터 배신자와 중정프락치로 의심을 받고 있으니, 월남으로 가야 동지들에게 의심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월남으로 보내주지 않으면 다시 옛 동지들과 같이 어울릴 수밖에 없다고 그에게 하소연을 하였다.

 

때문에 그는, 그 중정 고위 간부에게 지원요청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어머니를 좀 설득해 달라고 그에게 부탁을 한 결과 간신히 월남으로 오게 되었던 것이라고 하였다.

 

지금, 이 처절하게 치르고 있는 이앙케 전투에서, 내가 살아서 어머니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한 줌의 뼛가루가 되어 국립묘지로 돌아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 내었다.

 

최 지원 병장은 자식 하나만 믿고 평생을 살아 왔다는 어머니께 씻을 수 없는 큰 불효를 저질렀다고 그는 또다시 울먹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어머니가 한 없이 보고 싶다고 했다. 또 어머니가 그리워진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계속 통곡을 하였다. 최 병장의 슬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큰 바위 밑에 함께 있던 분 대원들도 잠시 숙연해지며 눈시울을 적시었다.

그는 육사에 가라고 그렇게 간청하던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학생운동에 빠져들었다. 아버지의 옛 동료와 선후배 분들에게 군사 파쇼 정권이니, 군바리들이니 뭐니 하면서 폄훼하고 비난했던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이 곳 월남에 와서야, 그는 깨닫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한 없이 후회가 된다고 했다.

어느덧 밤은 깊어, 밤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공중에서 바쁘게 날아다니던 시커먼 포탄들도 제 갈 길을 찾아 떠났는지? 공중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전선의 밤하늘에는 별들만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638고지와 소도산 책임전술기지 사이에 M-60기관총에서 토해낸 예광탄불빛에 반사되어 붉은 포물선을 그리고 있던 오작교다리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계속 -

 

박전도 각오하라 (58)

 

그토록 시끄럽게 울려 퍼지던 폭음소리도 들리지 않고, 전선의 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내 부하 다 죽는다고 엉엉 소리 내어 흐느껴 울던 제3중대장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또, 그가 갑자기 울음을 뚝 그치면서 양호! 양호! 하던 소리도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전선의 밤하늘에는 별빛만이 앙케 전선을 비추고 고요한 정적만 이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아군들의 638고지 공격작전도 잠시 멎은 채, 앙케 패스 전선의 밤도 고이 잠든 듯,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화를 말살하는 군사파쇼정권은 물러가야 된다고 입에 게거품을 물고 학생운동을 하다 자수하여 동지들에게 배신자와 중정프락치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월남 전쟁터에 오게 되었다 는, 최 병장의 이야기를 듣고 눈시울을 적시었던 김 종일 하사와 김 영진 병장, 신참 천 병장은 앞쪽에 있는 자기들 위치로 돌아갔다.

 

그리고 맨 후미에 있던 최 병장과 박 병장, 권 병장은 큰 바위 밑에서 교교히 비추는 을씨년스러운 십자성 별빛 아래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긴장을 놓치지 않고 상부의 명령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수색중대 제2소대 본부 쪽에서 전달이 왔다. 앞으로 전진 하라는 전달이었다.

그들은 어둠을 뚫고 638고지 옆에 있는 수색중대의 공격목표 지점인, 무명고지를 향해 일렬 전술종대로 전진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피 비린내와 시신 썩는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수색중대가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에서 외곽초소 보초 근무할 때, 특공대작전으로 밤마다 웅성거리며 소도산 전술기지 후문으로 투입되었던 전우들이 여기서 전원 전사해 ‘돌아오지 않은 특공대’ 가 된 모양이었다.

 

제2소대원 모두들, 너무 긴장이 되어 온 몸에는 먼지와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약 3시간 먼저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정문으로 출발한 수색중대 제1소대와 제3소대, 중대본부가 지금 막, 작은 무명고지 뒤쪽에 도착했다는 무전연락이 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치열하고 처절했던 638고지 공격작전은 6부 능선에서 멈추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수색중대의 공격목표인 무명고지를 공격할 차례가 된 모양이다. 수색중대 공격작전은 638고지 공격작전과는 달리, 아군 포 지원사격과 M-60경기관총 지원사격 없이 수색중대 단독으로 은밀히 침투하여 공격목표인 무명고지를 점령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수색중대 그들은 공격목표를 향해 일렬 전술종대로 대기하고 있던 수색중대 제2소대 첨병은 638고지 좌측 쪽에 있는 약간 낮은 작은 무명고지 8부 능선을 따라 우측으로 돌아 들어가, 지금 막 도착한, 제1소대와 제3소대, 중대본부 맨 후미에 연결하였다.

그리고 제1소대와 제3소대, 중대본부 첨병도 무명고지 8부 능선을 따라 우측으로 돌아서 수색중대 제2소대 맨 후미에 있는 최 지원 병장과 연결하였다. 상부에서는 그들에게 무명고지를 완전히 에워싸고 은밀하게 침투하여 무명고지 정상을 점령하라는 명령이었다.

바로, 이때였다.

김 종일 분대장이 권 병장과 최 병장이 있는 후미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이렇게 상부의 명령을 하달했다. 이 무명고지는 638고지와는 달리, 적들이 구축해 놓은 벙커도 없고 또, 적들도 약 1개 소대 정도 밖에 없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수색중대 단독으로도 충분히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속삭였다.

아군과 아군사이가 너무 가까이 근접해 있으므로, 소총 사격을 하게 되면 아군 총에 아군이 희생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소총사격은 자제하고 수류탄으로 제한적 공격을 하되, 최악의 경우 육박전이라도 할 각오로 M-16소총에 착검을 해서 전투에 임하라고 했다.

우리 수색 중대원들은 대부분 운동을 잘 하는 병사들로만 선발되었기 때문에 육박전을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씨 팔!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무슨 육박전이냐?” 권 병장은 이렇게 불평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불평불만을 터뜨리면서 탄띠에 매달려 있는 대검 집에 꽂혀있는 대검을 빼서 M-16 소총에다 착검을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탄창 집, 탄 입대에 매달아 놓은 수류탄 한 개를 분리해 내어 오른손에 꼭 잡고 좌우 옆을 돌아보았다.

 

우측 옆에 붙어있던 박 병장도 무섭고 겁이 났는지, 권 병장 옆으로 바짝 달라붙어 수전증을 앓고 있는 알코올중독자처럼 손을 심하게 떨면서 착검을 하고 있었다. 또, 그는 탄 입대에서 수류탄을 떼 내고 있었다. 그리고 맨 후미 좌측에 있던 최 병장도 권 병장 옆으로 바짝 다가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착검을 하고 있었다. 그리면서 그도, 탄 입대에 매달려 있는 수류탄을 역시 떼 내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공격작전!” 전쟁 영화나 TV 다큐멘터리에서 영상으로만 볼 수 있었던 육박전, 그들 은 난생 처음 해보는 고지 공격작전이 너무나 무섭고 겁이 났다. 모두들 타들어가는 입술을 악물고 상기된 얼굴로 바짝 긴장을 하며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권 병장은 최 병장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최 병장 너는 축구, 배구 등, 만능 스포츠맨이며 머리가 좋아 전략과 전술작전도 잘 아니까, 저 놈들이 아무리 특수 훈련을 받았다 하더라도 너 같은 체력과 실력이라면 육박전을 하더라도, 삐쩍 마른 저놈들 수 십 명은, 워밍업으로도 끝장낼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최 병장 네가 앞장서서 리 더 을 하는 것이 좋게다 고 하였다. 그러면서 권 병장 그는, 최 병장 그를, 슬쩍 부추겼다.”

 

권 병장 말이 끝나자마자 최 병장 그는, 권 병장 말을 이렇게 맛 받아 쳤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와 머리 좋은 것 하고, 전투와 육박전하는 것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맛 받아 치며 발뺌을 하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전략과 전술작전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은, 슬그머니 빼 버리고, 모든 것을 권 병장에게 도로 다 떠넘겼다.

 

권 병장 너는 태권도 유단자이고, 사회 있을 때 경부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불도저 부 기사 생활을 하다 왔으니, 담력과 두둑한 배짱, 깡다구,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그 힘이라면 전투와 육박전에는 적격이라고 하였다.

 

또 그는, 삐쩍 말라비틀어진 적 수십 명 쯤이야 간단히 해치울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 권 병장 네가 앞장서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비행기를 슬쩍 태워, 권 병장에게 도로 다 떠다 넘기는 것이었다. 권 병장은 그의 발동하는 오기를 잘못 건들이듯 하였다.

 

권 병장 그는, 말로는 도저히 최 병장에게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때문에 그는, 되돌아 온 그 공을 박 병장에게 떠넘기었다. 그럼! 박 병장 네가 앞장을 좀 서주어야겠다. 덩치를 보아하니, 사회 있을 때 운동 좀 한 것 같은데, 그 덩치면 육박전을 펼쳐도 삐쩍 말라비틀어진 적 세 명쯤은 거뜬히 해 치울 수 있겠는데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박 병장의 자존심을 자극시켜 계속 그를 부추겼다.

 

하지만, 박 병장 그는 사회에 있을 때,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솔직히 말해 지금도 너무 무섭고 겁이 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죽어도 앞장은 설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럼! 사회에 있을 때, 뭐하다가 군대에 입대했어? 하고 권 병장이 따지듯 그에게 되물었다.

- 계속 -




드디어 무명고지를 탈환하다 (59)

 

박 병장은 사회에 있을 때, 유흥업소 밤무대에서 가수로 활동하다가 알 수 없는 어떤 손에 의해 여기까지 흘러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아내와의 동거를 결사적으로 반대한 처가 쪽에 괘심 죄에 걸려들어서 여기까지 흘러 들어온 것 같다고 하였다. 아마도 장군 출신인 장인어른이 한 것 같다고 그는 짐작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억울하고 분하다는 듯이 또다시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는 일부러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권 병장은 괘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도 앞장 설 사람이 없으니 …….

“그럼! 셋이서 똑같이 올라가면 어때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또 다시 이렇게 제안하였다. 권 병장의 이런 제안에, 차마! 그들도 거절할 수 없어 던지? 최 병장과 박 병장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동의하였다.

때문에 그들은, 좌측에는 최 병장이 서고, 중앙에는 권 병장, 우측에는 박 병장이 서서 왼손에는 M-16 소총을 들고 오른손에는 수류탄을 움켜쥐고 고지를 향해 셋이서 똑같이 기어 올라가기로 약속했다.

권 병장과 최 병장은 출발하여 고지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박 병장 그는, 계속 무섭고 겁이 난다고 하였다. 때문에 그는, 권 병장 옆에 바짝 붙어서 알코올중독자처럼 손을 덜덜 떨면서 착검을 하던 박 병장 그는 출발은 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묵 기적 거리고만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면서 캄캄한 숲 속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어서 올라오지 않고 뭣해!” 먼저 출발한 권 병장과 최 병장은 동시에 뒤돌아보면서, 생긴 것은 꼭, 기생 오라버니처럼 잘 생겨 가지고, 겁은 더럽게 많네, 그려 하였다. 권 병장은 약간 신경질적으로 박 병장에게 빨리 올라오라고 재촉을 했다. 박 병장 그는, 겁을 잔뜩 먹은 떨리는 목소리로 손에 잡고 있던 수류탄을 숲 속에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이때, 좌측 옆에 있던 최 병장이 짜증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수류탄 안전핀은 제거하지 않았지?” 하고 역정을 내며 물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예!” 하였다. 그는 주눅이 잔뜩 들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들릴 듯, 말 듯,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그 수류탄 그냥 버려, 버려라!” 최 병장은 수류탄을 찾는 건 포기하고 버리라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는 이 칠흑같이 어두운 숲 속에서 수류탄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고 하였다. 그들은 한 손에 총을 들고, 한 손에 수류탄을 들고 가시덤불 정글 속을 헤쳐 나갈려니 너무 불편하고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라고 투덜거렸다.

때문에 최 병장도 이렇게 투덜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도 손에 들고 있는 이 수류탄을 버려 버리든지, 다시 탄 입대에 끼워 매달든지 양자택일 해야겠다 고 하였다.

 

권 병장과 최 병장, 그들도 손에 들고 있던 거추장스러운 수류탄을 숲 속에 버리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혹시 유사시에 급히 사용할 때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지급받은 군수품을 차마 버릴 수 가 없었다.

때문에, 그들도 수류탄을 탄 입대에 다시 끼워 원위치 시키려고 할 때였다.

 

바로, 이때였다.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고 있던 박 병장이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수류탄 찾는 것을 포기하고 권 병장과 최 병장이 있는 곳으로 기어 올라왔다. 박 병장은 정글 복 윗주머니에서 고무줄을 꺼내 권 병장과 최 병장에게 건네주면서 수류탄을 꽁꽁 동여매라고 잔꾀를 짜내었다.

그는 가시덤불 정글 속을 헤쳐 나갈 때, 나무 가지나 가시덤불에 걸려서 수류탄 안전핀이 빠져 폭발할 위험이 있다고 하였다. 때문에 고무줄로 단단히 묶어야 안전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고국에 있는 오 음 리 훈련소에서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박 병장이 교육받은 이야기를 듣고 있던 권 병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쓴 웃음을 지었다. 아직까지도 현실에 맞지 않는 이런 교육을 시키고 있는 모양이지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수류탄 안전핀이 한 개 밖에 없는 구형 수류탄은 나뭇가지와 가시덤불에 걸려 안전핀이 빠지는 바람에 수류탄이 폭발해 전우가 희생된 사례가 있긴 했다. 하지만, 이 신형 수류탄은 제 1안전핀 제 2안전핀으로 안전장치를 하나 더 보완해 놓았다. 때문에 구태여 고무줄로 묶지 않아도 된 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고무줄은 필요 없다고 박 병장에게 되돌려주었다.

수색중대 삼총사 그들은 가시덤불 정글 속을 헤치며 고지를 향해 야금야금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수류탄을 숲 속에 떨어뜨려 위험한 순간을 어떻게 모면해 보려했던 게 무안했든지, 고무줄을 건네주면서 꽁무니를 빼려던 박 병장도 어쩔 수 없이 권 병장, 최 병장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명고지 정상 가까이 접근하였다. 그들은 앞을 올려다보았다. 무명고지 정상에는 아군의 포 사격과 미군 무장헬기 폭격으로 가시덤불 정글은 다 날아가고 시야가 확 틔어 있었다.

바로, 이 때였다.

갑자기 사방 숲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바로 맞은편 어둠 속에서 나는 소리였다. “여기는 아무것도 없잖아!” “적들은 다 도망가고 없는 것 같아!” 하는 소리가 어둠을 뚫고 들여왔다.

 

“여기, 놈들의 82mm 포탄 껍데기만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보니, 놈들이 여기서 열나게 포사격을 하고 있다가 최정예 수색중대가 공격해 온다는 첩보에, 미리 겁을 잔뜩 집어먹고 638고지로 도망 친 게 틀림없어!”

분명히 어디서 많이 들었던 낯익은 목소리였다.

 

권 준 병장의 고향 친구인 제1소대 향도 서 영 학 하사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권 병장은 극도로 긴장하고 초조했던 마음에 안정을 되찾으면서 안도의 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는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오히려 맥이 탁 풀렸다.

“서 하사!”

“서 영 학 하사!”

“나야, 권 병장!”

“권 준 병장이라니까.”

“그래, 권 병장!”

서 하사와 권 병장이 서로 앞으로 다가가 얼싸안는 순간, 수색중대원들은 단숨에 무명고지를 조용히 탈환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무혈점령을 한 셈이었다. 그때까지 숨죽이고 있던 무전기들이 일제히 “쒜! 쒜!~”하는 키 잡는 소리와 함께 수색중대 장은 극도로 흥분하였다. 그는 공격목표인 무명고지를 탈환했다고 상부에 무전으로 타전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그는, 수색 중대원들에게 현 위치에서 산개를 하여 매복 작전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하였다. 또, 그는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경계를 철저히 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드디어, 수색 중대원들은 무혈로 무명고지를 쉽게 점령하게 되었다.

 

적들은 포 사격한 흔적과 여기저기에 놈들의 82mm 포탄 껍데기들만 어지럽게 널려 있을 뿐이었다. 놈들은 도망가고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어제 초저녁에, 아군이 저 638고지를 공격할 때, 이곳에서 아군 제1대대 전술기지 내에 있는 제61 포진지에 포탄을 집중 투하했던 모양이었다.

 

어디에 있다가 뒤늦게 고지정상에 도착한 수색중대 제2소대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떠버리 점박이 상병이 나타났다. 이 개새끼들이 수색중대의 용맹성을 알고는 미리 겁을 집어먹고 다 도망친 모양이라고 떠벌렸다.

- 계속 -





 

특공대로 차출되다 (60)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친김에 638고지로 쳐들어 올라가자고 그는 큰 소리로 떠벌리고 있었다. “그 말 같지도 않은,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 그만 하라” 떠버리 점박이 상병 말을 듣고 있던 최 지원 병장이 이렇게 한 마디 툭 쏘아 붙였다. 월남군 제44연대가 제공해 준 첩보에 의하면 월맹정규군 3사단 12연대가 638고지를 방어하고 있다고 하는데, 1개연대가 고지를 방어하면 1개 사단이 공격을 해야 된다는 것은 군 교범에도 나와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떠 벌이 점박이 상병에게 “좀 알고나 씨 부 리라”고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리고 그는, 제법 전술, 전략가다운 논리를 들이 대면서 떠버리 점박이 상병, 그에게 또다시 이렇게 면박을 주었다.

 

정말! 앙케 작전 지휘부는 적에 대한 정보를 너무나 모르고 있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지금까지 638고지에 있는 적을 한 번도 본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적들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조차도 깜깜하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오직! 한 가지, 월남군 44연대로부터 제공받은 첩보와 정보를 통해 알고 있는, 월맹정규군 제3사단 12연대가 앙케 패스 638고지 일대를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제공해 준, 첩보와 정보를,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는 신뢰라고는 도대체 가지 않는 첩보와 정보에 의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앙케 전투에는 그처럼 끈질기게 따라 다니던 종군기자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월남전에서 최대의 격전지 두 코 전투와 청룡 짜 빈 동 전투, 앙케 전투에도 종군기자 한 명도 참전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믿어지지 않는 아이러니컬한 일이었다.

 

그리고 기갑연대 제3중대와 제1연대 8중대의 공격목표인 638고지에 수백 만 톤의 포탄과 실탄을 쏘아 붓고, 아군이 그렇게 많은 피해와 희생을 치르고도 638고지를 점령하지 못하고 약 6부 능선에서 머물러 소강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수색중대는 지금까지 큰 전과는 없었다. 하지만, 피해와 희생하나 없이 무혈로 공격목표인 무명고지를 탈환하였다. 그러함으로서 앞으로 638고지를 공격하는데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지금까지 계속 밀리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전술작전이 이번에야 말로 멋지게 맞아떨어져 처음으로 수색중대가 승리한 전투이기도 했다. 한 종석 중대장은 수색중대장으로 부임하여 공격목표인 무명고지를 탈환한 첫 번째 지휘관이 되었다는 감격에 고무되어 극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어느덧 야광 손목시계는 새벽 두 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지금, 수색중대장은 정신이 있는 사람이야, 없는 사람이야? 상황실에서 무전기를 통해 수색 중대장 한 종석 대위에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638고지 정상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무명고지 정상에 일개중대병력이 모여 매복해 있으면 적들이 82mm 박격포와 75mm 직사포로 공격해 오게 되면, 수색중대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때문에 꼼짝없이 전멸당하기 십상이다. 지금 당장 적들의 코앞 무명고지 정상에서 철수하여 무명고지 8부 능선으로 내려가라는 명령이었다.

 

수색중대원들은 급히 서둘러서 적들의 박격포와 직사포 유효사거리 안에서 벗어나는 지점으로 철수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처음 일렬 전술횡대로 공격했던 8부 능선으로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그들은 급히 산개를 하여 매복 작전에 들어갔다. 따라서 그들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1972년 4월 16일 04시 30분 경, 먼동이 새벽안개를 헤치며 희미하게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어제 밤에 수색중대의 공격목표인 무명고지를 무혈 탈환하여 매복 작전에 들어가 경계를 하였다. 때문에 중대원 모두들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또 그들은 잔뜩 긴장을 하였다. 그리고 이 작은 무명고지에는 뿌연 새벽안개가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짙게 내리깔리고 있었다.

평소에 말이 없고 아주 소심한 맹 민 규 상병은 졸린 눈을 비비며 큰 입을 벌려 하품을 하였다. “씨-벌!” “안개는 왜? 이렇게 자꾸 끼는 거야!” 그는 자리에서 툴툴 털고 일어나서는 게으른 몸짓으로 기지개까지 켜며 구시렁거렸다.

 

권 병장 옆에 앉아있던 맹 상병은 조금이라도 이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의 긴장을 덜기 위해 월남말로 앙케는 한국말로는 ‘안개’ 라는 말과 같다고 하였다. 그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지금의 불안하고 긴장된 심정을 잠시나마 잊어 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 자기최면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구시렁거리는 소리를 기만이 듣고 보니, 좀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은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는데, 소대 본부에서 제2소대장 앞으로 모두 다 집합하라는 전달이 왔다. 그들, 제2소대원 모두가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 불안한 마음으로 임시 소대장 앞에 가서 삼열횡대로 집합하여 소대장을 주목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무슨 명령이 떨어 질려나 하고 초조하게 기다렸다.

 

수색중대 부관이었던 임시 소대장 조 만행 중위는, 무척 난감한 표정으로 조금 뜸을 들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특공대를 조직한다."

 

그는 이렇게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그가 하는 말에 한동안 무거운 침묵과 비장한 각오가 흐르고 있었다. 소대원들 모두는 얼굴이 돌처럼 굳어 있었다. 앙케 작전 출동 첫날 적에게 기습공격을 받아 병력손실이 많은 제1소대는 이번 특공작전에서 열외(제외)한다. 그리고 비교적 병력 손실이 적은 제2소대와 3소대에서 특공대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고 하였다.

 

“특공대 규모는 일개소대에서 일개분대규모로 한다.”

특공대장 차출 기준은, 분 대장급[계급 하사], 병사들의 특공대 차출 기준은, 월남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전투경험이 없는 월남 신참들과 귀국이 얼마 남지 않은 고 참 병사들은 열외 시키라고 했다.

때문에 파월 동기였던 김 영진 병장과 권 준 병장은 열외에 해당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특공대에 차출되고 말았다. 특공대장 차출에 소대 내, 3명의 분대장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꽁무니를 빼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제3분대장인 김 종일 하사가 솔선수범해서 용감하게 지원하였다. 제3 분대에서 분대장을 비롯하여 김 영진 병장 권 준 병장 3명이 특공대에 차출되었다. 제2소대에서 특공대로 차출된 9명의 대원들은 비장한 각오로 무명고지를 넘어 8부 능선에 있는 수색중대 지휘부 앞에 가서, 위쪽에 있는 중대장을 바라보며 일렬횡대로 집합했다.

 

긴장을 풀기 위해서인지? 수색중대장 그는, 굳은 표정으로 껌을 질근질근 씹고 있었다. 그는 특공대로 차출된 대원들에게 C-레이선 속에 들어 있는 양담배를 한 개비씩, 그들에게 권하였다. 그리고 자신도 담배에 불을 붙여 담배연기를 한 목음 빨아 삼켰다가 길게 내뿜었다. 그리면서 그는, 이렇게 특공대들에게 명령을 하달 하였다.

“지금, 상부에 훈장이 무진장 많이 나와 있다. 이번 기회에 큰 수훈을 세워 훈장도 받고 수색중대의 명성과 용맹성을 드높이자 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저-어 위에 있는 638고지 뒤쪽에 제1중대 전우들이 구축해 놓고, 경계를 소홀하게 해, 적들에게 무단으로 점령당한 두 개의 벙커가 있다.

- 계속 -





나는 죽어도 못 가겠어 (61)

 

그 두개의 벙커 중 제3소대 특공대는, 위쪽에 있는 두 번째 벙커에 수류탄 4발을 투척하고, 그 아래쪽에 있는 첫 번째 벙커에는, 제2소대 특공대가 수류탄 4발을 투척하라는 명령을 하달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부디! ‘성공’을 빈 다 고 하였다. 그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특공대들에게 출발을 재촉했다. "저 중대장새끼는 부임할 때도 훈장이야기 하더니, 여기서도 훈장 말, 뿐이네! " "어디! 훈장에 환장 병 걸린 놈 있나? " "죽으면 훈장이 무슨 소용 있나? " 그러면서 그들은 이렇게 투덜거렸다.

 

그들은 껌을 질근질근 씹고 있는 중대장을 바라보니까, 중대장의 그 모습이 마치!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마치, 저승사자가 훈장이란 미끼로 특공대원들에게 낚시질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며칠 전날 저녁에 특공대로 투입되었다가 전원 전사해 있는, 그 전우들의 시신들을 생각하니, 특공대로 차출된 우리들 생각에는 이 특공대 작전이, 성공하기는 가망이 없어 보였다.

 

지금까지 아군은 수 십 차례 특공대를 638고지에 보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오지 않는 특공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권 병장은 이 길이 한 번가면 다시 못 올, 이승에서 저승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무섭고 두려워 견딜 수가 없었다.”

 

특공대로 출발하는 우리들은 훈장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몸 건강히 살아서 고국에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일념뿐이었다. 그들은 이제 그런 희망마저 사라지고 마는 것 같았다. 이 길이 마지막이란 생각을 하니까. “그의 뇌리에는 고국에 두고 온 부모형제들의 모습이 환상처럼 나타났다 지워지곤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여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입사한 유난히 눈이 크고 예쁜 선아의 모습이 강하게 클로즈업 되어왔다.

그들, 특공대로 차출 된, 옆에 있는 김 종일 하사를 비롯하여 김 영진 병장과 동료 특공대원들도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권 병장 마음과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여기가 ‘내 조국’도 아닌데 …….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물도 설고 낯도 설은 이역만리 밀림 속에서 죽어야 하나 하는,’ 이런 생각이 그들 머리에 꽉 차 있었다. 때문에 인류평화, 세계평화가 뭐 말라빠진 헛소리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그들은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비장한 생각도 들기도 했다. 따라서 그들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 지기 시작했다.

 

4월16일 새벽 05시경, 이미 그들에게는 운명이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차출된 특공대원들은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 어쩔 수없이 명령에 따라, 지급받았던 배낭과 전투식량, 그리고 불필요한 군장은 다 버렸다. 다만, 특공작전에 필요한 M-16자동소총과 수류탄 두 발과 물 수통만 챙겼다. 그리고 그들은 단독군장차림으로 ‘죽음의 고지’ 라고 부르던 638고지를 향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했다.

이 길이 이승에서 마지막 길이라고 생각하니, 특공대 임무수행에 회의감이 몰려왔다. 그들은 올라가고 싶지도 않고 두렵기도 하였다. 다시 한 번 월남 땅에 발을 디디 게, 된 것이 정말 후회막급이었다.

어느 정치인의 말과 같이 자의 반 타의 반, 목숨은 운명에 맡기기로 하였다. ‘까짓것 될 대로 되겠지 어차피 인생은 한 번 살다 가는 것이다. 여기서 죽으나 고국에서 죽으나 언젠가는 한 번은 죽어야 하는 목숨, 이왕이면 조국을 위해서 멋지게 죽자’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차출된 특공대원들은 무거운 발길을 638고지를 향해 억지로 옮겨 놓고 있었다. 이 길은 이제 모면할 수 없고, 벗어 날 수도 없는 우리들의 기구한 운명의 길인 것을 …….

 

수색중대가 있는 무명고지에서 638고지에 있는 적들의 벙커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250-300m 정도 밖에 안 되는 거리었다.

짙은 새벽안개가 주위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뿌옇게 끼여 있는 저승길로 들어가는 관문에 서있는 심정이었다. 특공대원들은 발걸음이 무거워 자주자주 쉬면서 638고지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가슴에 밀려오는 열패감에 젖어 인생의 덧없음을 맛보는 것 같기도 하였다. 특공대장 김 종일 하사를 비롯한 특공대원들은 잔뜩 긴장을 늦추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약 5m쯤 올라가다가는 앉아 쉬고 또, 쉬었다. 그들은 다가오는 운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만일, 이 길로 염라대왕 앞에 가더라도 죄지은 것도 없는데, 무슨 죄목으로 이곳 저승으로 데려왔느냐고 따지고 들며 우리는 너무 억울하다고,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내달라고 염라대왕에게 호소라도 하 기 위해, 당신의 구면 업경에 비춰보시라고 간청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죄지은 것이라곤 이곳 월남 땅에서 적에게 총구 겨눠 피 흘리게 한 죄 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

그러면서 그들은, 억지로 일어나서 몇 발자국 올라가다가 또다시 앉아 쉬었다. 수통에 물을 마셨다. 그들은 단순히 목이 타 들어가서가 아니었다. 죽음을 향하여 서서히 내딛는 발걸음이 특공대원들의 갈증을 더욱 더 심하게 했을지 모른다.

멀리 뒤처져서 억지로 따라 올라가던 김 영진 병장의 뇌리에, 그때 그 사건이 자꾸만 그의 뇌리에 클로즈업 되어왔다. 저 위쪽에 도사리고 있는 적들의 벙커 앞에 접근하게 되면 놈들의 기관총에 자신의 몸뚱이가 벌집이 될 것 같은 두려운 환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다른 곳으로 도망을 쳐 버릴까?' 여기서 도망을 친다고 해서 살아남을 보장이 있을까? 아니야! 재수 없으면 적들에게 포로가 되어 북한으로 끌려갈지도 몰라!' 김 영진 병장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상념이 다 떠올랐다.>

자꾸만 자신을 괴롭혀 오는 이 같은 현상에 그는 갑자기 온 몸에 현기증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왔다. 때문에 그는 그만 땅에 철석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겠어!” “나는 죽어도 못 가겠어!” “나는 저기에 올라가면 틀림없이 죽게 될 거야 ……”

<그는 지금까지 못된 짓과 지은 죄가 엄청나게 많다. 때문에 그는, 저곳(638고지)에 올라가게 되면 틀림없이 그 죗값으로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엄습해왔다.> 그러면서 그는, 겁에 질려 울먹이면서 올라가지 않겠다고 꽁무니를 빼려고 발버둥을 쳤다.

 

바로, 이때였다.

맨 후미에서 뒤 따라가던 권 병장도 김 병장 옆에 가서 철석 주저앉았다. 김 병장이 겁에 질려 울먹이면서 올라가지 않겠다고 꽁무니를 빼는 모습을 보고, 그럼 더 이상 올라가지 말자”고, 권 병장 그도 김 병장에게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무슨 죄를 그리도 많이 지었기에 김 병장 너 답지 않게 이렇게 약한 소리 해가며 사시나무 떨 듯이, 공포에 벌벌 떨고 있느냐?”

 

그 무슨 못된 짓과 꼴통 짓을 얼마나 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김 병장 너는 죽지는 않을 거야!

“왼 고 하니, 이승에서 못된 짓을 많이 한 꼴통들과 말썽꾸러기들은 저승으로 빨리 데려가지 않는다고 하더라. 왜? 그런가하니, 못된 짓을 많이 한 꼴통들과 말썽을 부리던 중생들을 저승에, 젊을 때 (일찍) 데려다 놓으면 저승에서도 이승에서 하던 못된 짓과 말썽을 피우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저승에서도 꼴통 짓과 말썽을 부리니까.

- 계속 –




지연작전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62)

 

그것을 목격한 염라대왕이 저승사자에게 이렇게 엄명을 내렸다고 하였다.” 다시는 저런 못된 짓을 많이 한 말썽꾸러기 꼴통들은, 젊은 을 때는 절대 데려오지 말라고 저승사자에게 단단히 일러 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꼴통들은 젊을 때는 절대 데러오지 말라고 저승사자에게 다시 한번 더 엄명을 내려 다고 하였다. 때문에 이 말썽꾸러기 꼴통들은 늙어서 힘없을 때, 저승으로 데려와야 말썽을 피우지 않고 조용할 거라고 하였다.

 

따라서 못된 짓을 많이 한 젊은 중생들은 젊을 때는 절대로 죽지는 않을 거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영진이 너도 젊었으니까 이번에는 절대로 죽지 않을 거라고 하였다. 또, 권 병장 그는, 영진이 그에게 말도 되지 않는 새빨간 거짓말로 이렇게 위로를 해 주었다.

 

그리고 그는, 말도 되지 않는 이 같은 새빨간 거짓말로 영진이 그에게 위로를 해 주니까, 영진이 그는, 이 새빨간 거짓말이, 정말, 진실인 줄 알고 금방 생기가 돌며 안심을 하는 순진함을 보였다.

 

“빨리 따라 올라오지 않고 여기서 뭣하고 있어!” 먼저 올라갔던 특공대장 김 종일 하사가 되돌아 내려오면서 짜증스럽게 그들에게 역정을 냈다. 이때, 김 병장이 무슨 말인가를 그에게 대꾸하려고 꾸물거리고 있을 때, 옆에 있던 권 병장이 얼른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 병장이 배가 아파 설사가 심하여 대변을 자주 보는 바람에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고 슬쩍 둘러댔다.

 

그 이후부터는 특공대원들 중, 한 명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행동을 같이 했다. 어차피 죽음을 같이 맞이할 운명이란 공동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서일까? 김 병장과 권 병장은 설사 핑계를 대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서, 이승에서 생명을 부지하는 시간을 연장해 보려는 듯, 몸부림을 쳐 보았다.

하지만, 이승에서 저승문턱으로 들어가는 시간은 흘러, 벌써 638고지 8부 능선에 이르렀다.

어느덧 새벽의 짙은 안개는 환히 걷히고, 뜨거운 햇살이 특공대원들 머리위에 쏟아지고 있었다. 그들은 숨을 죽여가면서 적들의 벙커 앞 약 30m까지 접근하였다. 숲 속에서 적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적들은 그림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적들의 벙커만 입을 딱 벌린 채, 음흉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특공대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아무도 더 이상 전진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로들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이때 특공대장 김 종일 하사가 뒤로 물러서라는 수신호에 따라, 특공대원 그들은 약 20-30m 쯤 뒤로 물러섰다. 특공대원들은 작전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말없이 서로의 눈치를 끔벅끔벅 보며 누군가 먼저 말을 꺼내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어? 특공대장 김 종일 하사가 말했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말해봐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특공대들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폈다. 그리고 특공대장 김 종일 하사가 주위를 둘러보며 나지막한 소리로 무슨 묘안이 없느냐고 특공대원들에게 또다시 물었다.

 

바로, 이때였다.

권 병장이 망설이다가 이렇게 불쑥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 공격하게 되면 특공대 작전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처럼 밝은 대낮에 적들의 벙커에 가까이 접근하게 되면, 적들에게 쉽게 발각될 것은 불을 보듯 번하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특공대 임무수행도 달성하기 전에 적들에게 발각되어 개죽음만 당할 게 분명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638고지에 특공대를 수십 차례 보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고 모두 다 실패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특공대원들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다시는 그런 어리석은 전철은 밟지 말자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어두운 밤을 이용하여 밤에 공격하는 것이 좋겠다.” 고 하였다.

 

권 병장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특공대장 김 종일 하사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 병장 제안에 동의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공격 지연작전에 대한 모든 책임은 특공대장인 자신이 다 지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의 두둑한 배포와 리더십에 특공대원들은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순순히 그의 명령에 따랐다.

 

“결국, 제2소대 특공대원들의 생명은 오늘 밤까지는 연장되는 셈이었다.”

 

지구의 적도에 가까운 베트남의 하늘에서는 이글거리는 태양이 작열하고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에 바짝 달구어진 대지에서 올라오는 지열에다 638고지 8부 능선은 그늘이 없는 소 정글이라, 정오의 태양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야 할 만큼 견디기 어려웠다.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사실은 출발 할 때 가지고 온 물도, 벌써 다 떨어져 버렸다. 때문에 그들은 목과 입술이 바짝바짝 타 들어갔다. 혀가 굳어 들어가는 견딜 수 없는 갈증으로 수색중대 제2소대 특공대원들은 쓸데없는 체력소모를 하지 않으려고 꼼짝하지 않고 숲 속에 가만히 드러누워만 있어야 했다.

때문에 그들은 자꾸 움직여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갈증이 더 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그들은, 될 수 있으면 움직이지 않고 숲 속에 가만히 드러누워 있는 게, 제일 상책이라고 그들은 생각하였다. 그렇게 밤이 올 때까지 특공대원들은 꼼짝하지 않고 숲 속에 가만히 드러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들은 서서히 다가오는 운명을 맞아들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 ……”

바로, 이때였다.

청음초 경계근무로 나가 있던 김 영진 병장이 우리 곁으로 급히 다가왔다. “그는 저 밑에 있던 수색중대 본대, 중대원들이 지금, 우리가 있는 638고지 쪽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특공대장인 김 종일 하사에게 보고했다.”

 

특공대원 모두가 급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새벽에 출발했던 아래쪽, 작은 무명고지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수색중대 본대 중대원들이 배낭을 들쳐 메고 무명고지에서 일렬 전술종대를 지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들은 정글 속, 가시덤불 속을 헤쳐 가며 특공대원들이 누워있던 638고지 쪽을 향해 올라오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오늘 새벽 05시경에 먼저 올라온 특공대원들은 무척 불안하고 긴장이 되었다. 공격 지연작전에 대한 모든 책임은 특공대장인 김 종일 하사가 다 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대장이 “여기까지 와서 적들의 벙커 속에 수류탄은 투척하지 않고, 왜 그냥 엎드려 있느냐? 고 하면서, 특공대들을 명령 불복종으로 군법에 회부하겠다고 문책을 하면 어떻게 하냐?”

그들은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새벽에 먼저 올라 온 특공대원 모두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었다. ‘또 그들은 이젠 꼼짝없이 다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중대장이 지금 당장 특공대들에게 적들의 벙커에 수류탄을 투척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어떻게 해야 하냐? 그들은 중대장의 명령을 따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거역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특공대원들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걱정 마!” “모든 책임은 내가 다 진다.” ‘너희들은 아무 책임이 없다.’ 부산에서 한 때, 밤의 황제로 군림했던 담력과 배포가 크기로 이만저만이 아닌 특공대장 김 종일 하사가 큰소리로 특공대원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는, 특공대장인 자기 명령에 따라 작전을 수행했기 때문에 특공대 너희들은 아무 책임이 없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남한산성 육군형무소에 가도 자기혼자만 간다고 큰 소리쳤다.

- 계속 -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아 라 (63)

 

그가 입대 전 부산에서 밤의 황제였던 최연소 보스답게 큰소리 치고는 있다. 하지만, 특공대원들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유별나게 분 대원들을 아끼고 배려해 주던 김 종일 하사는 불안과 공포에 떨며 긴장하고 있는 특공대원들에게 안심시키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었다.

그나마 좀 위안이 되는 것은 출발할 때 헤어졌던 제3소대 특공대원들도 지금까지 조용한 것을 보니까, 그들도 우리 제2소대 특공대와 같은 입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그들은,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들 제3소대 특공대들도 우리와 같은 입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

니까, 그들 제2소대 특공대들도 조금 마음이 편했다. 아직까지 제3소대 특공대원 그들은 어디에 있는지 눈에 띄지 않는다.

 

수색중대 본대 중대원들은 무명고지에서 출발한 지,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 우리가 있는 638고지 바로 밑, 7부 능선에 도착했다. 그들은 배낭을 메고 올라 왔는데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은, 금방 도착하였다. 우리 제2소대 특공대원들은 단독 군장차림으로 새벽 05시에 출발해서 여기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10시 쯤 되었다. 무려 5시간이나 소요된 셈이었다.

 

그런데 638고지 7부 능선에 도착한 수색중대 본대 중대원들은 배낭을 내려 놓자말자, 서둘러서 야전삽으로 참호를 파기 시작했다.

 

수색중대 제2소대 특공대원 중, 조금 전 청음초 경계로 나가 있었던 김 영진 병장이 솔선수범하여 아래에 있는 중대 무전병이 있는 곳으로 살금살금 기어 내려갔다. 수색중대 무전병한테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을 물어 보았다. 그를 본 수색중대 무전병은 깜짝 놀랐다. “김 병장님 살아 있었군요? 새벽에 같이 올라 간, 특공대원들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들 특공대원들도 모두 다 무사하다고 말하니까. 그 소리를 들은 무전병 심 상병은 한 숨을 길게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김 병장님! “새벽에 출발할 때, 특공대원들이 무전기를 안 가지고 간 것이 천만다행이라 생각하십시오.” “만일, 특공대원들이 무전기만 가지고 갔더라면 중대장님이 빨리 공격하라는 불같은 독촉에 무모하게 공격하다가 아무도 살아남지 못 하였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수색중대는 공격은 하지 않고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느냐?” 제1대대장 한 규 현 중령은 계속 수색중대장에게 다그쳤다. 마치! 그는, 소금뿌린 도가니 속 미꾸라지처럼 파닥거렸다.

수색중대장 한 종석 대위는 제1대대장 한 규 현 중령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우리 수색중대는 오늘 새벽 05시에, 638고지에 특공대 2개 팀을 보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하는 무전 교신이 계속 오고 갔다고 하였다. 이 같은 무전교신이 상황실에 있는 제1대대장과 작은 무명고지 최전선에 있는 수색 중대장과 지루하게 계속 오고가고 있었다고 하였다.

“새벽에 출발한 특공대한테서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수색중대장은 제1대대장의 격심한 독촉에 안절부절 하였다. “아!~ 아! 답답해 죽겠어!” 특공대 그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하고, 그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새벽에 출발할 때, 특공대원 그들에게 무전병을 딸려 보냈어야 했는데 ……” 그러면서 그는, 한없이 후회하고 있었다.

때문에 상황은 조금도 진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몇 시간째 반복되는 무전교신만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지금부터 작전을 변경한다.” “이제부터는 특공대 작전은 필요 없다.” “지금까지 638고지에 특공대를 보내서,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으니까.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라,” “지금부터는 수색중대원 전원을 투입시켜 다 같이 638고지를 공격하라고, 그는 추상같은 명령을 하달했다,”

기다리다 못한 제1대대장 한 규 현 중령은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수색중대장이 미처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속사포같이 이 같은 명령을 하달했다.

 

수색중대 무전병한테 그 같은 소식을 전해 듣고 나니, 지금까지 불안하고 초조했던 특공대원들의 마음도 좀 안심이 되었다. 특공대장 김 종일 하사의 명령으로 오늘 밤까지 연장 되었던 특공대원들의 생명은, 하늘이 도와서인지? 수색중대 전원이 다 같이 공격하라는 제1대대장 한 규 현 중령의 명령으로, 특공대원들의 생명도 자연히 더 연장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특공대작전은 이렇게 해제되고 말았던 것이다. 따라서 그 들은 또 다시 이 같은 특공대작전의 변경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용케 살아남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중대장과 소대장의 특공대작전을 해제 하라는 별도의 명령은 없었다. 하지만, 특공대장인 김 종일 하사의 명령에 따라 각자 자기가 소속돼 있던 분대로 돌아갔다. 그들은 본대로 늦게 올라 온 중대원들이 참호를 구축하고 있는 것을 보고, 특공대원 그들도 참호를 구축하려고 서둘렀다.

그런데, 특공대원 그들은 야전삽이 없었다. 그들은 새벽에 출발 할 때 중대장의 명에 의해서 불필요한 군장을 다 버렸다. 때문에 그들은 야전삽을 버리고 올라 왔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야전삽이 없었다. 김 병장과 권 병장은 참호구축 작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 둘은 또다시 바위 밑, 숲 속에 맥없이 가만히 드러누워 있었다.

 

솔직히 말해, 야전삽이 있더라도 특공대원들은 참호를 구축할 기운조차 없었다. 분대장 김 종일 하사는 제 위치로 돌아갔다. 하지만 김 영진 병장은 여전히 제 위치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김 병장은 권 병장과 같이 참호 파는 것은 안중에 없었다. 그 둘이는 숲 속, 바위 밑에서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들어 누워만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김 영진 병장이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벌떡 일어나 앉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까!’ 권 병장 네가 말한 것 틀림없는 사실이지? 나는 죽지 않을 거라고 했던 그 말이 사실이지?” 그는 다짐하듯, 권 병장에게 떠져 물었다. 권 병장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그래! 그래!, 사실이고 말 고지, 여부가 있나!” 그는 시치미를 뚝 떼며 이렇게 대답했다.

김 영진 병장 그는 그때, 그 사건만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초조하고 불안하였다. “이번 앙케 전투에서 도저히 살아남지 못하고 꼭 죽을 것만 같은 생각이 계속 엄습해 왔다!” 그러면서 그는, 또다시 눈물을 글썽이면서 울먹이고 있었다.

권 병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물 그 럼이 바라보며 “왜, 또, 울어!” 하였다. 세상천지 무서운 것이 없던 김 병장 너 답지 않게 왜? 그래!” 하면서 숲 속에 누워있던 권 병장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슨 죄를 그리도 많이 지었기에, 이처럼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거야?”

“그때 그 사건이 도대체 어떤 사건인지 속 시원히 나에게 말해 봐 하였다.”

 

권 병장 그는, 도저히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고 사연을 물어 보자, 그의 기막힌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김 영진 병장 그는, 경남 김해 녹 산면 세산 마을이 고향이라고 했다. 그는 집안이 가난하여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는 진학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나름대로 똑똑하고 영리하여 통신강의록으로 독학을 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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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64)

때문에 그는, 그 당시 시골에서 라디오대용으로 방송을 청취하는 스피커 선로(삐삐선) 수리공으로 취직이 되었다. 그는 전기기술과 손재주가 뛰어났다고 하였다. 때문에 그는, 똑똑하고 영리한 청년이라고 온 마을사람들과 주변 마을에까지도 칭찬이 자자했었다. 그리고 그는, 그 주변 마을 아가씨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하였다 고 했다.

 

그는 벤지를 허리에 차고 하얀 면장갑을 끼고 자전거를 타고 마을에 스피커선 수리를 하러 가면, 마을 아가씨들이 담장 위로 고개를 내밀고 영진을 부른다. 그 녀들은 살며시 미소를 머금고 노래 좀 배우게 전축을 틀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 들은 그 당시 유행하던 가요를 배우겠다고 이미자 노래 흑산도아가씨, 섬마을선생님, 남진의노래 가슴 아프게, 나 훈 아노래 사랑은 눈물의 씨앗 등, 라디오방송대신 전축을 틀어 달라고 졸라댔다.

 

그는,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람 있게 잘 지내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영진이 운명을 뒤바꿔 놓은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다. 구정 설과 정월 대보름도 지나가고, 이월이 지난지도 대충 보름쯤 되었을 때였다. 산에는 진달래꽃이 만발하고 들에는 개나리꽃이 노랗게 물들여져, 저 멀리 들판에는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나른한 봄날이었다. 들판에는 농부들이 보리밭 김매기가 한창이었다.

바로, 이때였다.

영진이 그는, 친구들과 같이 배터리를 가지고 마을 앞에 있는 시냇가에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 그러나 그들은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침, 그때, 마을 앞, 길옆에 메어놓은 암소 한 마리를 두고, 영진이 그와, 옆집에 사는 동갑내기며, 라 이 벌 이기도한 경구와 내기가 벌어졌다고 하였다. “비록 그는, 통신 강의록으로 공부를 했다!” 하지만, 다른 분야는 몰라도 전기에 대한 지식만큼은 경구보다 자신의 실력이 훨씬 뛰어 난다고 생각 하였다. 따라서 영진이 그는, 소에도 전기가 잘 통한다고, 자신 만만하게 우겨댔다. 그러나 김해 읍내 중학교를 졸업한 경구는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영진이보다 자신의 실력이 훨씬 나을 거라고 막연한 생각을 하였다. 그는 소에는 절대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우겨댔다.

 

그 둘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우겨댔다. 이렇게 서로가 우기다가 배터리 전기로 암소에다 직접 실험을 해 보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내기를 걸었다. 내기에 지는 사람이 당시 같이 있었던 친구 다섯 명 모두에게 극장 구경시켜주기로 내기를 걸었다.

 

“영진 이는 이렇게 라이 벌인 경구와 얼떨결에 내기는 걸었다.” 하지만, 과연! 저 덩치 큰 소가 AC가정용 전기면 몰라도, DC 배터리 그 약한 전기가 통할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때문에 그는, 갑자기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하였다.

 

영진이의 미련한 생각으로는 암소는 가죽도 질기고 두꺼워서, DC 배터리 그 약한 전기로는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때문에 그는, 아무래도 경구에게, 내기에 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유달리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승부욕이 강한 영진은, 전기가 잘 통할 부위를 찾아 고민, 고민한 끝에 암소에서 가장 민감하고 부드러운 암소 자궁 속에다 통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영진은 배터리 마이너스(-) 어스선은 촉촉한 물기가 있는 땅속에 박아 놓았다. 그리고 그는, 푸 라스(+)선 전기 철 막대기를 암소 자궁 속에다 힘껏 밀어 넣었다!”

 

“순간!”

암소는 갑자기 "우-앵-웩!” 괴성을 지르며 놀라서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다가 암소는 입에 게거품을 물고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 엄청난 충격으로 암소는 임신한 송아지가 하혈과 동시에 결국 유산이 되고 말았다. 마침! 그때, 길옆에서 소의 괴성을 듣고 달려온 암소 주인은 눈앞에 벌어진 그 기막힌 광경을 목격하였다. 그는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라, 할 말을 잃은 채, 연신 담배만 뻐끔뻐끔 빨아대고 있었다.

그는 게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는 암소를 바라보고는 긴 한숨만 토해내고 있었다.

 

이때, 주변에 있던 온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모여 들었다. 그들 모두가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중년 여인네들은, 아이고, 망측해라!”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하필이면 왜? 암소거시기에다가 전기로 찌 질 끼 뭐 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렇게 쑥덕거렸다. 내 평생 동안 암소, 거시기를 전기로 찌지는 놈은 처음 봐 네하며 흥분들 하였다.

젊은 새댁들과 큰 애기들은 얼굴을 붉히면서 얼른 그 자리를 피하여 버렸다. 마을 남정네들은 그때까지 암소 자궁에 박혀 있는 철 막대기를 빼 내면서 이렇게 호통을 쳤다. “저 못된 놈들 일낼 줄 알았다” 하면서, 그들은 혀를 껄껄 찼다. 그러면서 그들은, 암소 자궁에 통전했던 배터리를 압수해서 이장네 집으로 가지고 가 버렸다.

 

바로, 이때였다.

보리밭에서 한참 보리밭 김매기를 하다가 이 기막힌 소식을 전해 듣고 달려온 영진이의 어머니께서는 어이가 없어, 어쩔 줄 몰라 하였다. 그리고 그는, 잔뜩 주눅이 들어서, 쩔쩔 메고 있는 아들 영진을 닦달을 하 기 시작했다.

“야! 이놈아!” “영진이 이놈아! 고기 잡으러 간다던 놈이 물고기는 안 잡고 남의 집, 송아지를 잡아 놓았으니, 이 일을 우 짜 모 조 캐 노!” 하시며 민망해 하시는 영진이 어머니의 온 몸에서 기운이 쪽 빠져나갔다. 그는 이 일을 어찌할 거냐고 탈기를 하며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통곡하고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암소 주인은 하루아침에 소중한 재산을 잃어버린 꼴이 되고 보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는 어미 소 값과 송아지 값을, 모두 다 변상해 달라고 영진이 아버지에게 요구를 하였다. 때문에, 마을 이장님을 비롯해서 마을 어르신들이 중재로 나서서 암소 주인을 간신히 설득해서 송아지 값만 변상해 주기로 합의를 보았다.

영진이 아버지는 경구 아버지에게 아이들이 철없이 내기를 하다가 저질러 진 일이니, 송아지 값을 절반씩 부담하자고 애걸복걸하였다. 이 말을 들은 경구 아버지는, “우리 경구는 아무 잘못도 없다” “저 미련 곰 탱 이 같은 영진이 저 놈이 암소 거시기에 배터리 전기로 지졌기 때문에, 송아지가 유산된 기 아이가? 암소 거시기에만 전기로 찌지지만 않았어도 송아지는 유산되지 않았을 끼다.”

 

“나는 땡전 한 푼도 낼 수 없다. 경구 아버지는 어림도 없다며 딱 잡아떼었다. “그 일로 경구 아버지와 영진이 아버지가 대판 싸움을 벌였다!” 그 이후부터는 그토록 사이좋게 잘 지내던 두 집안이 원수처럼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영진이 여동생이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안타깝고 난처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사건 이후부터 스피커 선로(삐삐선) 수리를 하러 옆 마을에 가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저 놈이 암소거시기에 배터리 전기로 찌진 놈 이래! 하며, 짐승이 무슨 죄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손가락질을 해댔다. 때문에 영진이 그는, 쑥덕거리는 마을 사람들을 똑바로 대할 면목이 없었다.

따라서 그는, 그 길로 스피커 주인을 찾아갔다. “창피스러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작심한 듯, 스피커 주인에게 말하였다. 이에 스피커 주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두 말 없이 그만 두라고 하였다. 그는 일을 그만 두고 집에 돌아오니, 여동생이 학교에 가고 싶다고 징징 울고 있었다.

  • 계속 -




김 병장, 너는 죽지 않을 거야 (65)

 

“계집애가 그까짓 학교를 다녀서 뭐해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대해, 스스로 짜증이 났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무책임한 소리로 한 마디 툭 내뱉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그는, 방안에서 긴 한숨만 쉬고 있는 부모님을 더 이상 뵐 면목이 없었다.

때문에 영진은 돈을 벌기로 작정하였다.

그는 외삼촌이 계시는 군항도시로 잘 알려진 진해에 가서 전기다리미, 전기풍로, 선풍기 등을 파는 월부 외판사원을 했다. 영진은 이를 악물고 돈을 벌어 자신 때문에 학업을 중단했던 여동생에게 돈을 송금해 주어 간신히 고등학교를 졸업시키긴 했다. 하지만, 막상 부모님이 변상해 주었던 송아지 값은 송금해 주지 못해, 항상 안타까워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그때, 미제 제너럴 전기다리미를 수리해 준, 안면이 조금 있는 해군중령 부인이 물었다. “총각! 전축도 고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옛 속담에 반풍수가 집안 망친다.’ 고 했던가? 영진은 시골에 있을 때, 통신강의록으로 독학한 짧은 실력으로 운 좋게 고쳐지면 다행이고 못 고쳐도 그만,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

 

그는 남편이 월남전에서 사 왔다는 일제 아 까 이 전축을 테스터기도 없이 전원에 연결하여 드라이버로 이리저리 쑤시다가 전해 콘덴서라나 뭔가를 잘 못 건드리는 바람에 그 귀한 재산목록 1 호인, 그 전축을 그만 태워버리고 말았다.

 

겁이 덜컥 난 영진은 판매를 하 기 위해 가지고 다니던 전기다리미와 전기풍로를 사모님에게 맡기면서, 진해극장 옆에 있는 소리 사에 가서 전축 부품을 사 오겠다며 거짓말을 하였다. 그리고 사모님에게 부품 값, 이천 원만 달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전축부품 값 이천 원을 받아 가지고는 그 길로 고향 집, 김해로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그러자, 때마침 그에게 군 입대 영장이 나와 있었다. 그 길로 그는, 군대에 입대하여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혹시나 군대에 까지 찾아와서 전축을 변상하라할까 봐, 항상 그는 전전긍긍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중대 서무로부터 월남차출 특명이 내려왔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무조건 월남으로 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마음속으로 ‘차라리 잘 됐다.’ 고 쾌재를 부렸다.

 

<‘설마! 월남 전쟁터에까지 찾아와서 전축 변상하라고 하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과 부모님에게도 너무나 큰 불효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암소 자궁에다 배터리 전기를 통전하는 바람에 유산되어 변상해 주었던 그 송아지 값이라도 벌어서 부모님께 진, 죄를 용서받아야겠다고 그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때문에 그는, 이런 사유로 인해, 죽음을 각오하고 이 월남 전쟁터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김 병장 그는, 그동안의 저지른 잘못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이처럼 지은 죄가 많다보니, 이앙케 전투에서 도저히 살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또다시 울먹이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기가 막히고 어이없는 김 영진 병장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들은 권 병장 그는, 또다시 이렇게 새빨간 거짓말로 그에게 위로를 해 주었다.

 

“김 병장, 너는 죽지 않을 거야!” “분대장 김 하사와 너는, 절대로 저승사자가 데려가지 않을 거야, 똑똑하고 효자인 최 병장은 몰라도, 아무 쓸모없는 꼴통인, 너희 둘은 절대로 저승으로 데러가지 않을 거야!” 하면서, 또다시 이렇게 말도 되지 않는 얼토당토 않는 새빨간 거짓말로 그를 위로 하였다. 그러나 김 병장은 믿기지 않은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면서 그는, “아!~아! 맞아! 맞아! 갑자기 생각이 난다고 하였다.” 그때, A K-47총소리와 함께 과로로 쓰러져서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저승사자를 따라 갔을 때,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 건너에는 ‘이승에서 말썽을 많이 피운 젊은 꼴통들은 출입 금지󰡑란 표 말을 본 것 같다고 하였다.

 

“권 병장! 네, 말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믿어야지 하였다. 그는 이렇게 자신을 스스로 위로를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참호를 구축해야 되겠다며 제 위치로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권 병장 그는, 참호 구축할 생각은 하지 않고 또다시 그 자리에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수색중대 제2소대 특공대원들은 새벽에 특공대로, 무명고지를 출발할 때, 불필요한 군장은 모두 다 버렸다. 뿐만 아니라 먹을 전투식량 (C-레이선) 까지 다 버리고 물만 가지고 올라왔다.

그들은 극도의 긴장 때문에 앉아 쉴 때 마다, 담배를 피우며, 물을 마셨다.

때문에 그들은, 638고지에 올라오기 전에 이미 가지고 온 물도 다 떨어지고 말았다. 그 들은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한데다가 점심도 먹지 못하여 몸은 녹초가 되어 버렸다. 무더위와 긴장 탓에, 땀은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제 그 들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해, 견딜 수 없는 갈증으로 정신까지 몽롱해졌다. 때문에 그들은, 아주 심한 현기증을 느껴 비몽사몽 헤매고 있었다. 비단, 권 병장 혼자만 기진맥진해서 숲 속에 드러누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새벽에 특공대로 같이 올라온 대원들은 대부분 다 쓰러져서 숲 속에 드러누워 있었다.

어느덧 그 작열하던 태양도 서산으로 기울었다. 저 밑에 보이는 콩 강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저 콩 강에서 불어 온 바람 때문에, 그들은 좀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지칠 대로 지쳐 있던 그들은 몸이 조금 회복이 되는 것 같았다. 권 병장은 겨우 정신을 가다듬어 숲속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는 하늘에서 흘러가고 있는 구름들만 멍청히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벌써 배낭을 메고 본대로 올라온 분 대원 그들은, 참호구축 작업을 대략 마무리하였다. 그러면서 그 들은 구축해 놓은 안전한 참호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들은 배낭에서 전투식량을 꺼내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권 병장은 그들이 부러웠다. 그는 용기를 내어 바위 밑으로 내려갔다. 박 병장이 참호를 구축해 놓은 곳으로 내려갔다. 그는 박 병장한테 야전삽을 빌렸다. 그러면서 그는, 있는 힘을 다 해, 참호를 구축해 보려고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참호 구축작업이 너무나 힘이 들고 참호도 잘 파지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곧바로 참호 파는 것을 그만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다들 구축해 놓은 안전한 참호 속에 들어가 앞을 주시하면서 경계를 하고 있었다. 권 병장 혼자만 박 병장이 구축해 놓은 참호 위 바위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었다. 새벽에 특공대로 같이 올라와서, 큰 바위 밑에서 같이 누워 있었던 김 병장은 용기를 얻어 참호를 구축해야 되겠다며 제 위치로 돌아갔다.

한참 후, 김 영진 병장은 다시 권 준 병장 옆으로 다가왔다. 자신은 “겨우 미친년 궁둥이 들어갈 만하게 참호를 구축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참호 파는 것을 그만 포기하고, 여기에 다시 왔다”고 주절거렸다.

 

특공대장으로 같이 올라온 김 종일 분대장의 참호는 부 분대장인 최 병장의 주도로 분 대원들이 합심해서 구축해 주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분대장도 지칠 대로 지쳐서 숲 속에 가만히 들어 누워만 있다고 하였다.

때문에 맨 후미, 박 병장 옆에 위치해 있던 최 병장이 분대장 위치로 가서 분대장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전 분 대원들에게 오줌을 버리지 말고, C-레이선 빈 깡통에 받아놓으라고 하였다.

- 계속 -




  

오줌을 받아 마시다 (66)

 

김 병장 그도, 임시 분대장 최 병장의 지시에 따라, 자기도 오줌을 받아 놓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권 병장도 오줌을 버리지 말고 받아 놓으라고 강권 하였다. 때문에 권 병장도 C-레이선 빈 깡통에 오줌을 두 깡 받아 두었다.

 

오로지 권 병장 머릿속에는 물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어제 저녁에 638고지의 5부 능선 큰 바위 밑에서 머리를 땅에 쳐 박고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었던 박 병장이 자신은 먹지 않고 건네주는 전투식량 (C-레이선)을 억지로 조금 먹어보려고 애를 써 보았다.

그러나 그는, 목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갈증 때문에 물 없이는 도저히 아무것도 목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그는 심한 갈증 때문에 C-레 이선이고 뭣이고 만사가 다 귀찮았다. 아침은 긴장 때문에 먹는 둥 마는 둥하였고, 점심은 먹을 것이 없어 먹지 못하고, 저녁은 갈증 때문에 먹지 못했다. 이놈의 앙케 작전에 출동해서 식사도 많이 굶었다. 또, 갈증과 졸음에 엄청 시달리고 있다.

이 처럼 비참하고 극한 상황에 처해보기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이기도 하다.

저 위, 638고지 정상에는 월맹군 적들이 우글거리고 있는데도 이놈의 졸음은 염치도 없이 깜박깜박 몰려오고 있다. 이런 극한 와중에도 권 병장은 자신도 모르게 깜박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바로, 이때였다.

“준아!”

“빨리 일어 나 거라!”

“자면 안 돼!’ 자면 안 돼!” “자면 위험해!” “자면 위험해!” “저 놈들이 이리로 내려오고 있어!” “저 두 놈이 네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아들 권준을 깨우고 있었다. 그는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탤런트 뺨 칠 정도로 미남형으로 잘 생긴 박 병장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권 병장을 깨우며 말했다.

그의 꿈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서 이렇게 엄하게 호통을 치며, 권 병장을 깨우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전, 월맹군 두 놈이 저 위에 있는 큰 바위까지 내려왔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나 무섭고 겁이 난다고 하였다. 박 병장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겁먹은 표정으로 모기만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월맹군 두 놈이 저위 큰바위가 있는 곳까지 내려왔다고 하였다. 저 곳은 새벽에 특공대들이 누워 있었던 그 지점이었다.

 

권 병장은 적 두 놈이 내려왔다는 박 병장 말을 듣는 순간, 그는 소름이 쫙 끼쳐왔다. 조금 전 꿈속에서 아버지가 자면 안 된다고 하신 말씀이, ‘저 두 놈들 때문이 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그는 머리끝이 쭈뼛 쭈뼛 섰다. 때문에 그도 겁이 덜컥 났다. 하지만 그는, 애써 태연한척 하였다. 그러나 잔뜩 겁을 집어먹고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던 박 병장은 사시나무 떨 듯이, 계속 오들오들 떨고만 있었다.

 

“박 병장 그가 저기! 좀 보 십 시 오 하였다. 저놈들이 이리로 내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속 삭 이 듯,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땀을 줄줄 흘리면서 두려움과 공포에 벌벌 떨고 있었다. 권 병장 그는, “박 병장 그에게 너무 겁먹지 말고, 용기를 가지라고 말했다. 또, 침착하라고 조용히 그를 타 일렀다.”

그러면서 그는, 적 두 놈이 이곳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옆으로 전달하고, 수류탄을 탄 입대에서 떼 내서 제2안전핀을 제거하고, 제1안전핀도 즉시 제거할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하고 있으라고 그에게 일렀다. 또, 그는 “까짓것! 한 번 붙어 보는 거지 뭐 하였다. 그리고 그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야,”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수류탄을 오른 손에 움켜쥐고 투척할 자세로 앞의 그 두 놈을 향해, 주시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 들은, 잔뜩 긴장이 되었다.

바로, 이때였다.

위쪽에서부터 아래쪽으로 서서히 다가오던 두 개의 검은 물체가 약 15m 전방에 멈춰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검은 물체는 무슨 낌새를 알아 차렸는지? 그들은 그만 뒤돌아서서 바위가 있는 고지 쪽으로 다시 올라가 버렸다. 권 병장 그는, 그 두 놈이 2-3m만 더 다가오면 수류탄을 투척할 기세로 있다가, 그 두 놈이 다시 뒤돌아 가는 것을 보고 안도의 긴 한 숨을 내 쉬었다.

 

그는 잔뜩 긴장했다가 놈들이 사라지자, 목이 타 들어가는 갈증 때문에 정신이 몽롱해져왔다. 초저녁에 김 병장이 와서 오줌은 버리지 말고 받아 놓으라는 말을 듣고, C-레이선 빈 깡통에 받아놓은 오줌을 C-레이선 속에 들어있는 커피와 설탕을 타서 마시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찝찔한 오줌 맛에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웠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목숨을 연명해야겠다는 생존의식이 그 더러운 맛조차 앗아가는 것 같았다. 그는 이렇게 비몽사몽 정신마저 오락가락 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수색중대 본부 쪽에서 전달이 왔다. 반갑게도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에서 물을 가지고 온다는 전달이었다. 그 물을 전달받으러 갈, 특공대를 조직해서 출발한다고 했다. 권 병장은 뛸 듯이 기뻤다.

‘그는,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역겨운 오줌을 괜히 마셨구먼!’ 하며 그는 투덜거렸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혼자 말로 투덜거리면서 제1중대 소도산 책임 전술 기지 쪽을, 눈이 빠지도록 바라보며, 물이 도착하기만 기다렸다.

그는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겠구나’ 하는 그 생각으로 몰려오던 잠도 어느새 달아나버렸는지? 더 이상 잠도 오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물을 전달 받으러 간 특공대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밤 12시가 훨씬 지나서야 특공대원들은 초취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들은 물은 못 가져왔다는 맥 빠지는 소리를 하였다. 그는 물이 도착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 그들은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와 638고지사이에 월맹군들이 매복 작전을 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특공대들 그들이 매복 작전에 걸려들까 봐, 중간지점에서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왔다고 하였다. 그 물을 전달 받으러 특공대로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온 박 병장이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그동안 물을 가지고 오기만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던 권 병장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개새끼들! 자기들끼리 다 마시고 와군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차라리 내가 물 전달 받으러가는 특공대로 지원할 걸 하며, 그는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사실은 새벽에 특공대로 올라왔던 대원들은 물 전달 받으러가는 특공대에서 열외(제외)시켰기 때문에 물 전달 받으러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권 병장은 목이 타 들어가는 갈증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고육지책으로 풀잎에 송골송골 맺혀있는 이슬을 입으로 빨아 보았다. 하지만, 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감질만 더 날뿐이었다.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것 같은 절박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목이 타들어가는 것을 더 이상 참고 견딜 수가 없었다.

때문에 그는, 먼저 마셨던 오줌이 그래도 조금은 효과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나머지 남아 있는 오줌을 억지로 다 마셔버렸다. 때문에 견딜 수없이 타 들어가는 갈증은 조금 해소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숨을 쉴 때 마다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역겨운 오줌 냄새 때문에 구역질이 났다.

- 계속 -




638고지를 공격하라 (67)

 

그리고 그는, 구역질을 참아내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리고 또, 정말 힘들었다. 권 병장 그는, 오줌을 두 번 마신 이후부터는 목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참을 수 없었던 갈증이 조금은 해소가 되었다. 때문에 그는, 이제 조금 견딜만하였다. 갈증이 해소되니까. 염치없는 졸음은 또다시 몰려왔다. 이 같이 생사가 걸려 있는 긴박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염치도 없이 자꾸만 졸음이 몰려왔다. 그는 또다시 그만 잠이 깜박 들었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꿈속에서 어머니가 나타났다. 그의 어머니께서는 침울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권 병장 그를 꼭 끌어안으시면서 이렇게 울부짖었다.

 

“내 아들은 안 돼!”

“내 아들은 절대 보낼 수 없어!”

 

바로, 이때였다.

권 병장은 상부의 명령에 따라, 어머니 품속을 빠져나와 638고지로 돌진해 올라가고 있었다. “가면 안 돼!” “가면 안 된단 말이야!” “바로 올라가면 위험해!” 이번에는 애간장을 녹이는 듯, 애절하게 말씀 하셨다. 그의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절규하셨다. 바로 올라가면 너는 죽는다. 제발 바로 올라가지 말라고, 그는 아주 애절하고 침통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이렇게 어머니의 절규에 깜짝 놀라, 그는 꿈속에서 깨어났다.

 

어느덧 야광 손목시계는 1972년 4월 17일 새벽 04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나른한 몸을 간신히 추스르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중대 본부에서 전달이 왔다. 정각 05시에 638고지를 공격하라는 전달이었다.

“전달!”

“전달!”

아주 나지막한 복창소리와 함께 옆에서 638고지를 공격하라는 전달이 왔다. 정각, 05시에 ‘피의능선󰡑, ‘죽음의 고지󰡑로 불리던 638고지를 공격하라는 전달이었다.

“공격!”

“공격!”

“공격준비!” 새벽안개가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짙게 내리깔려 있었다.

 

어제 수색중대는 개인 참호를 638고지 7부 능선에 일렬횡대로 구축해 놓고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상부의 공격명령에 따라, 수색중대원 모두가 배낭을 참호 속에 넣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전 불퇴의 각오로 참호밖에 일렬 전술횡대 높은 포복자세로 정렬하였다. 또 그리고 그들은, 상부의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권 병장 그는, 넣을 배낭도 없었다. 또, 파놓은 참호도 없었다. 때문에 그는 별도로 준비할 것이라고는 따로 없었다. 그는 그저 아무런 대책 없이 바위 밑에서 몸만 조금 돌려 638고지 쪽으로 높은 포복자세로 엎드리고 있었다.

“다만 그는, 다가올 결전의 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앙케 패스 638고지 7부 능선 좌측으로부터 기갑연대 수색중대, 중간에는 기갑연대 제3중대, 우측에는 제1연대 8중대가 일렬 전술횡대로 정렬하였다. 그 들은 각개 전투자세로 엎드려서 고지를 주시하였다.

“결전의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었다.”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저 밑에 보이는 기갑연대 제1대대 전술기지에 있는 제61포병대대 105-155mm 곡사포와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화력을 다 동원해서 638고지에다 퍼붓기 시작했다.

 

“꽈~광! 쾅! 과-꽝!~” 폭탄 터지는 폭음소리와 M-60기관총소리, M-16자동소총소리와 A K-47자동소총소리가 뿌연 안개 속을 가르며 혼을 빼듯 작열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상부에서 638고지를 공격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공격!~ 공격! 공격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상부의 명령에 따라, 와-와와… 아-아! 아~” 하는 소리로, 악을 쓰며 고지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그들은,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받을 때처럼, 고지탈환 코스에서 와-와!~하는 그 소리를 재연하며 용감하게 638고지를 향해 돌진해 올라갔다. 적들도 아군 그들을 향해, B-40적탄통과 방망이 수류탄, 기관총과 A K-47자동소총으로 맞섰다.

 

“펑-펑~따따따~펑!~”따 콩!~따 콩!~” 정말 글자 그대로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는 처절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들은 적을 죽이지 않으면 꼼짝없이, 자신의 죽음을 면치 못할 절박한 순간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었다. 첨병인 권 병장 그는, 7부 능선에서 638고지 정상을 향해 정면으로 거의 8부 능선쯤 올라가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조금 전 꿈속에서 어머님께서 “바로 올라가면 안 돼, 바로 올라가면 위험해, 바로 올라가면 너는 죽는다.”고 강력히 만류 하는, 어머니의 애절하고 침통한 울부짖음이 번개처럼 그의 뇌리를 스쳐갔다. 때문에 권 병장 그는, 뒤를 돌아보며 분대장 김 종일 하사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바로 올라가지 말고, 어제 우리 특공대가 진입했던 곳으로 진격해 들어가면 어떻겠느냐고 진격방향을 바꿀 것을 그에게 제의했다.

분대장 그는, 권 병장을 봐라보며 잠깐 기다려봐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최 병장과 김 병장 이리 잠깐 와 봐 하였다. 그는 권 병장, 최 병장, 김 병장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 여기서 똑바로 약 10-15m정도만 더 올라가면 638고지 정상인 것 같다. 권 병장은 바로 올라가지 말고 어제 특공대들이 들어갔던 코스로 따라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고 하는데 …….

 

“지금처럼 바로 올라가는 것이 좋겠어?” “아니면 권 병장 말대로 어제 특공대들이 들어갔던 코스로 따라 들어가는 것이 좋겠어?” 하고 김 병장과 최 병장에게 물어 보았다. “여기서 곧장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바로 적들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어제와 같이 8부 능선을 따라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김 병장이 대꾸했다.

 

분대장과 김 병장 말을 듣고 있던 최 병장은, “나는 특공대로 올라오지 않아 어떤 코스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권 병장과 김 병장 말이 다 일리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마치! 황희정승처럼 두루뭉수리하게 중얼거렸다.

 

여기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여기에 가만히 엎드려 있는 것이 제일 안전하겠지만, 꼭 올라가야 한다면 권 병장과 김 병장의 말대로 적들이 철통같이 방어하고 있는 9부 능선을 피해서 8부 능선을 따라 들어가는 것이 차선의 방법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주변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들어가는 것이 더 좋겠다고 했다.

 

공격 루트를 변경 하자는 권 병장의 제안에, 김 병장과 최 병장의 의견을 듣고 난 분대장 그는, “그럼 좋아 하였다!” 그리고 분대장 그는, 어제와 같은 코스로 진격해 들어가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는, 어제 새벽에 특공대로 올라 와서 적들의 벙커에 수류탄 투척하는 작전을 망설이고 미루었던 특공작전을 다시 시도해 보자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어제 특공대 작전을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한 것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찜찜하다고 하였다. 때문에 그들은 이번 작전은 꼭 성공시키자고 그렇게 다짐했다

 

수색중대 제2소대 3분 대원들은 8부 능선을 따라 좌측으로 돌아 들어갔다. 희미한 안개 속 앞에는 큰 통나무 하나가 쓸어져 있었다. 그때 앙케 전투 시작 15일 전, 초저녁에 638고지에서 큰 나무 쓰러지는 소리가 들여왔다.

- 계속 -




 

야, 빨리 기어 내려와라 (68)

 

때문에 그들은, 638고지 쪽에서 큰 나무 쓰러지는 소리가 들여왔다고, 대대, 본부 상황실에 육하원칙대로 보고를 하였다. 하지만, 대대본부 상황실에서는 638고지에 포 몇 방 때리고 상황을 종결 하고 말았다는 고향친구 안 병장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저 앞에 쓸어져 있는 저 큰 통나무는, 아마도 그때 쓰러지며 소리가 났던 그 통나무가 틀림 없었다.

 

<그때, 638고지에 쓰러져있던 그 통나무 밑둥치를 캐서 앙케 패스 전승기념목이란 글을 새겨, 맹호 사단사령부 장교 클럽 앞에 세워 놓았다가 73년 철수할 때, 한국으로 가지고 와서, 지금은 태 능에 있는 육사 교정에 세워져 있다.>

 

수색중대 제2소대 제3분 대원들은 쓰러져 있는 그 큰 통나무 밑으로 재빨리 기어들어 갔다. 그들은 쓰러져 있는 그 큰 통나무를 엄폐 은폐물을 삼았다. 그리고 그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수색중대원들도 짙은 안개속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있는 8부 능선 밑으로 일렬 전술횡대작전으로 펼쳐져 뒤를 따라 진격해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어른어른 보였다.

제3분 대원들이 고개를 들어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적의 벙커 속으로 수류탄을 투척하기 위해 앞을 살피며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군 81mm박격포가 적의 벙커사이와 제3분 대원들이 은폐하고 있는 큰 통나무 바로 앞에 작열하면서,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어서 빨리 뒤로 피해!” “빨리 뒤로 피해!”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색중대 부관인 제2소대 임시 소대장 조 만행 중위가 소리쳤다. 수색중대 제2소대는 조금 뒤로 물러서서 아군의 박격포가 멈출 때까지 관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군 포사격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떨어지는 그 장소에만 연거푸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일, 아군 포가 여기저기에 산발적으로 아무 곳에나 떨어지면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그들, 수색 중대원들도 당황하여 제3중대 전우들처럼 아군 포에 아군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제 특공대로 하루 먼저 올라와서 적들의 벙커와 참호가 있는 주변을 잘 관찰하고 공격작전을 신중하게 전개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그들, 수색중대의 피해는 경미하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같이 공격했던 기갑연대 제3중대와 제1연대 8중대 전우들은 엄청난 희생과 피해가 발생했다. 그들은 짙은 안개속이라, 적들이 638고지 9부 능선에 구축해 놓은 참호와 교통호, 난공불락과 같은 벙커 위치를, 그들은 잘 구별하지 못하였다. 때문에 그들은, 적들의 벙커에서 교통호로 연결된 참호 정면으로 무작정 쳐들어올라 갔다. 따라서 그들은, 적들의 벙커와 참호를 향해, 무작정 아!~ 아!~ 와! 와!~ 하는 소리를 지르며, 용감하게 돌진해 올라갔던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적들이 퍼부어대는 기관총과 A K-47자동소총, B-40적 탄통, 방망이 수류탄으로 집중 공격을 받았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아이 구!~ 나 죽어!” “엄-마!” “나 좀 살려 줘!” 하는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여오고 있었다.

마치! 가슴속을 후벼 파는 덧 한, 전상을 당한 전우들의 비명소리가 귀전을 때렸다. 또 그들이 괴로워하는 신음소리가 짙은 안개 속에서 어둠을 타고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적들의 비명소리와 신음소리도 뒤섞여서 들려왔다. 또, 앙케 패스 638고지는 붉은 피로 물들였다. 그리고 비리한 피비린내가 온 산천에 진동했다. 따라서 638고지 온 산천에는 화약 냄새와 비리한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한참 후, 불빛을 번쩍이면서 폭발하던 아군 81mm 박격포 사격이 멈추었다. 따라서 적들의 사격도 멈추었다.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갔을 때였다. 제3분 대원들은 오늘 새벽에 은폐해 있었던 쓰러져있는 큰 통나무 밑에까지 다시 기어 올라갔다. 적들의 벙커 정면과 참호를 피해 좌측으로 발길을 돌려, 적진 깊숙한 적 벙커 옆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그동안 망설였던 수류탄을 투척하기 위하여 제3분 대원들은 몇 번씩이나 공격을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월맹군 특공대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쳐, 그들의 의도대로 공격작전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번번이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638고지 적들의 벙커 입구에서는 서서히 짙은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적들의 벙커 입구 가까이 접근한 수색중대 제2소대 3분 대원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노출되었다. 때문에 그 들은, 큰 위험에 빠질 것 같았다.

 

“위험하다, 위험해!” “빨리 뒤로 피해!” 빨리 뒤로 물러서라는 다급한 분대장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그들은 제3 분대장 김 종일 하사의 지시에 따라, 또 다시 638고지 7부 능선까지 물러났다.

 

바로, 이때였다.

638고지 8부 능선 희미한 안개 속에서 살려 달라는 비명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새벽에 우측에서 같이 공격했던 제3중대 전우인 것 같았다.

수색중대 제2소대 3분 대원들은 낮은 포복자세로 기어서 그 전우가 있는 약 3m 앞까지 접근했다. 바로, 이때였다. 적의 A K-47총알이 빗발치고 있었다. 이때, 적들이 쏜 총알이 그 전우의 히프에 한 발 명중되었다. 불행 중 천만 다행으로 나머지 총알은 그의 히프를 피해서, 바로 옆에 먼지를 일으키며 땅으로 떨어져 박히고 말았다.

 

“따~따~따르륵! 따 콩!” “야! 빨리 밑으로 기어 내려와라!” 제3분 대원들은 약 3m쯤 뒤로 물러서서 바위 밑에 엎드려서 고개를 숙이고 소리쳤다. 빨리 기어 내려오라는 소리에, 정신을 가다듬은 그 전우는 있는 힘을 다해 피를 흘리면서 겨우 밑으로 기어 내려오고 있었다.

 

“따따따! 딱콩!”~따 콩! 붉은 베레모를 쓴 월맹정규군 특공대들은 계속 아군 쪽을 향하여 사격을 퍼붓고 있었다. “텅~텅!” 드르륵 텅“ 드르륵 드르륵!” 수색 중대원들도 일제히 M-16자동소총으로 월맹군 참호 쪽을 향하여 무자비하게 응사하였다.

 

부상당한 그 전우는 제3분 대원들이 은폐해 있는 바위 앞에 거의 다 이르기도 전에, 고개를 땅에 떨어뜨리며 픽 쓰러지는 것이었다. 적들이 계속 아군 쪽으로 사격을 퍼부어 댔다. 때문에, 제3분 대원들은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그들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 때문에 그들은 다급한 마음에 그에게 손을 내 밀어라고 소리쳤다.”

 

수색중대그들이, 손을 내 밀어라고 하는 소리에, 그는 혼신의 힘을 다 해, 팔에 총상을 입은 손을 내 밀었다. 권 병장 그는, 급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그 전우가 내미는 총상을 입은 손을 잡고 밑으로 끌어 내렸다. 피범벅이 되어 수색 중대원들에게 구출된 그 전우는 우리가 짐작했던 대로 기갑연대 제3중대 소속이었다.

그는 오늘 새벽 짙은 안개 속에서, 638고지를 공격하라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용감하게 고지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해 올라가다가 638고지 9부 능선쯤에서 적의 A K-47총에 팔을 맞았다. 때문에 그 전우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한참 후! 그는 정신이 들어 주의를 살펴보았다.

주변에는 월맹군 시체들과 아군시신들이 서로 뒤엉켜 나뒹굴고 있었다.

모골이 송연해진 그는, 밑에서 빨리 뒤로 피하라는 전우들의 다급한 우리(한국)말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살려달라고 소리치면서 낮은 포복자세로 밑으로 겨우 기어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 계속 -





저 놈들이 우리 뒤를 추격해 오고 있어 (69)

 

바로, 이때였다. 적들은 희미한 안개 속에서 낮은 포복동작으로 꿈틀거리면서 움직이는 검은 물체를 발견하였다. 그들은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움직이는 그 전우의 히프 짝을 향해 A K-47자동소총으로 일제히 사격을 가해 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불행 중 천만다행인 것은 그 전우의 히프에 한 발만 명중되고 말았다. 그 나머지 총알은 땅에 떨어져 먼지를 풀썩 일으키며 빗나가고 말았던 것이다.

 

수색 중대원들은 팔과 히프 짝에 총상을 입고 피 범벅이 된, 박 흥 식이란 명찰과 하사 계급장을 달고 있는 그를, 안전한 곳으로 부축해서 압박붕대로 지혈을 시켰다. 수색중대 그들은, 전상당한 그를, 급히 응급조치를 취한 다음, 그가 소속되어있는 기갑 제3중대 대원들에게 인계해 주었다.

 

부상당한 그 전우와 그를 부축하는 전우들이 안전지대로 빠져나갈 때까지, 그들은 적들과 치열한 교전을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한 치의 당황함이 없이 강경하게 맞대응을 하였다. 번개부대 최정예 수색중대답게 용감하게 응사를 하였다.

놈들도 최정예 수색중대의 용맹성에 겁을 집어먹었는지? 놈들은 함부로 수색중대에게 덤벼들지 못하였다. 때문에 적들은 잠깐 멈칫하는 듯했다. 적들이 방심하는 틈을 타서 수색 중대원들은 재빨리 8부 능선으로 기어 올라가서 적들에게 사정없이 총알을 퍼부었다. 그처럼 맹렬하게 총알세례를 퍼부어도 적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수색중대 쪽으로 가하던 사격을 멈추었다. 때문에 전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낌새가 이상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적들은 수색중대 쪽으로 사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공격 목표를 바꾸어, 그 반대쪽 제1연대 8중대 쪽으로 집중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피아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안개는 완전히 걷히고 해가 중천에 높이 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로 옆에서 같이 공격하던 기갑연대 제3중대와 맞은편에서 공격하던 제1연대 8중대 전우들이 보이지 않았다.

수색 중대원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오늘 새벽에 공격을 처음 시작했던 지점 근처까지 물러섰다. 그들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여기저기에 아군과 적들의 시신들이 널브러져있었다. 그들의 배낭이며 방독면, 실탄과 수류탄 기타 군장들은 모두 다 버렸다. 또 그들은, 전사한 동료 전우의 시신도 방치한 채, 이미 그들은 다 후퇴하고 없었다.

 

심지어는 군인에게 제2의 생명이란 M-16소총마저 다 버리고 후퇴가 아닌 도망을 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때문에 수색중대 그들은, 저 밑에 600고지가 위치해 있는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미 그들은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후문 쪽에 몇 명만 뒤 모습이 얼핏 보였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수색 중대원들은 고립무원의 사태에 접하자 갑자기 불안하고 겁이 났다. 긴박한 사태를 파악한 수색중대장의 뛰어난 판단과 침착성으로 적절히 대처하였다.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서서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적 월맹군들은 같이 공격했던 다른 2개 중대처럼 수색중대도 도망칠 것이라고 착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 들은 벙커와 참호 속에서 기어 나와서 방망이 수류탄을 투척하면서 B-40적 탄통으로 수색 중대원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저, 개새끼들이 우리 뒤를 추격해 오고 있어!” 제3분대장인 김 종일 하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목숨은 저승사자에게 저당 잡힌 꼴이 되고 말았다. 수색 중대원들은 중대장의 명령에 따라, 용맹스런 최정예 수색중대답게 당황하는 기색 없이 적절히 대처를 하였다.

 

절반의 중대원들은 뒤돌아서서 바위와 쓰러진 큰 나무를 엄폐물 삼아 뒤따라오는 적들을 향해 성능 좋은 M-16자동소총을 자동연발에 놓고 “드르륵! 드르륵!” “탕! 탕!~” “드르륵! 드르륵!”텅!~텅!~” 사격을 하 기 시작했다.

수색 중대원들을 뒤쫓던 월맹군 2-3명이 중대원들의 총에 맞아 푹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야! 맞았다, 맞았어!~” 그 광경을 목격한 권 병장은 신이 나서 소리쳤다. 그는“저 개새끼들이 겁 대가리도 없이 우리를 추격해 오다가 총에 맞았어, 하고 흥분 하였다!” 놈들이 푹 푹 쓰러지는 모습에 분 대원 모두가 희열과 통쾌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은 아! 아!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재빨리 탄창을 교체하였다!”

모두들 신이 나서 소리를 질러댔다. 그들은 자동 연발로 계속 사격을 하였다. 이때, 김 종일 하사가 소리쳤다. 자동연발 사격을 자제하고, 단발사격을 하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빨리 버턴을 연발사격에서 단발사격 위치에 놓고 침착하게 조준사격을 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그는, 실탄을 아끼라고 소리쳤다. 자동연발에 놓고 계속 사격을 하게 되면, 총열이 열을 많이 받는다.

때문에 총구가 팽창한다. 총구가 넓어지면 총알이 빗나간다. 또 총알이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총알이 바로 앞에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소총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때문에 소총 성능이 떨어지면 우리들의 목숨이 위험해 진다고 그는 또다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다.”

 

“저기, 붉은 베레모를 쓰고 추격해 오는 왼쪽에 있는 놈은 내가 맡을 테니, 그 옆에서 추격해 오는 놈은 최 병장이 맡고, 바로 뒤에서 추격해 오는 놈은 권 병장이 맡아!’ 그리고 우측에서 추격해 오는 놈은 김 병장이 맡고, 박 병장 너는 고개만 땅에 쳐 박고 있지 말고 빨리 사격을 해, 사격을 하란 말이야 하였다.

그는 분 대원들에게 각자 한 놈씩 맡아 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추격해 오는 놈들에게 총을 쏘라고 소리를 벽력같이 질렀다.

 

분대장이 제일 먼저 자동연발에 두었던 버턴을 단발로 전환시켜 정조준으로 사격을 하자, 맨 왼쪽에서 방망이 수류탄을 들고 추격해 오던 붉은 베레모를 쓴 놈이 힘없이 푹 고꾸라졌다. 그 옆에서 추격해 오던 놈도 최 병장이 쏜 총에 푹 쓰러지며 나동그라졌다. 그 뒤에서 바짝 추격해 오던 한 놈은 권 병장이 정조준으로 침착하게 날린 총 한 발에 저승길로 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우측에서 B-40적 탄통을 들고 추격해 오다가 옆 동료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뒤돌아 가는 놈에게 김 병장이 사격을 하였다. 그런데 겁에 질려 떨면서 사격을 하다 보니 맞지 않았다. 교통호로 막 뛰어 들어가는 찰라, 머리를 쳐 박고 있던 박 병장이 얼떨결에 쏜 총알이 놈의 등에서 심장으로 관통하였다.

그놈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땅으로 푹 고꾸라졌다. 겁에 질려있던 김 병장은 무척 신기하고 통쾌했던 모양이었다.

 

정말 M-16소총 성능 한번 좋네 하였다. 김 병장, 그도 그때서야 안정을 되찾았는지? 땅에 처박혀 있는 놈에게 확인 사살하듯 정 조준으로 세발을 쏘고 나서 소리쳤다.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는 놈들도 비단 개구리처럼 일부러 죽은 척, 능청을 떨고 있을지도 모르니, 확인 사살을 해야 된다고 하였다. 김 병장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권 병장, 최 병장, 김 하사가 각각 쓰러져있는 나머지 세 놈을 향하여 일제히 사격을 퍼부어 벌집을 만들어 버렸다.

 

이어서 네 명 더 인간사냥을 한 제3분 대원들은 승리감에 도취되어 통쾌한 기분에 젖어 마냥 흐뭇해하였다. 이것이 바로 전쟁의 비극이었다.

- 계속 - 




왜, 후퇴 명령은 내리지 않는 거야 (70)

 

인간이 인간을 총으로 쏘아 죽이면서 통쾌해 하며 좋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바로 이때였다.

배낭이 있는 참호 속으로 먼저 뛰어 들어간 중대원들이 이렇게 소리쳤다. 자기들이 엄호사격을 할 테니 빨리 참호 속으로 뛰어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황급히 전날 구축해 놓은 참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들은 성능 좋은 M-16자동소총으로 최정예 수색중대답게 일말의 망설임 없이 적극적으로 적들과 맞대응 사격을 하였다.

 

완전히 기가 꺾인 월맹정규군들도 수색중대의 용맹성을 알고부터는 겁을 잔뜩 집어먹고 더 이상 추격을 포기하였다. 그들은 급히 자기들 벙커와 참호 속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 아군은 적들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 어두웠다. 때문에 그들은 두렵고 불안하였다. 저 번처럼 변화무쌍한 월맹군들이 또 어떤 전술작전으로 아군을 고립 시킬지 몰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오직 바라는 것은 더 이상의 희생이 발생하는 일이 없기만을 하나님께 빌 뿐이었다.

다만 그들은 상부의 후퇴명령만이 빨리 떨어지기만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불안한 심정으로 후퇴 명령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빨리 후퇴 명령을 내리지 않는, 상부에 대한 불평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비록, 이번 전투에서 638고지를 탈환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최정예수색중대 그들은 최선을 다한 전투였다고 그들은 자부하고 있었다.

 

수색 중대원들이 월맹정규군과 맞닥뜨려 교전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첫 번째 교전은 연대 정보과에서 제공해 준 엉터리 정보를 믿고 방심하다가 첫 날 작전에 투입 되자마자 19번 도로 Q-커브지점에서 월맹군의 매복 작전에 걸려들었다. 그때 그들은 기습공격을 받아 처참한 피해와 희생을 치르고 말았다.

이번 두 번째 교전에서는 재 파월한 서 종철 병장이 손목에 가벼운 총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월맹군들을 6-7명 사살하는 전과를 올리게 되었다. 때문에 이번 교전은 수색중대의 용맹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기억에 남을 교전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새벽에 같이 공격에 가담했던 기갑연대 제3중대와 제1연대 8중대는 엄청난 피해와 희생을 치루고 후퇴하였다. 지금, 수색중대만 홀로 남아 피로 얼룩진 638고지에서 후퇴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첫 날 Q-커브지점에서 적의 매복 작전에 걸려들어 기습공격을 받았다. 그들은 그 때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 들은 지금, 엄청난 공포와 불안에 떨며 너무나 초조해 하고 있다.

 

씨 팔,

“무엇 때문에 후퇴 명령은 내리지 않고, 이렇게 꾸물거리고 있는 거야!” 놈들이 참호와 벙커로 물러갔을 때,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빨리 튀었어야지, 이렇게 계속 어물어물 하다가는 먼저와 같이 고립되어 적들에게 포위라도 되는 날이면 수색중대는 끝장이라고 하였다. 바위 밑에 있는 김 영진 병장은 공포와 불안에 떨며 극도로 초조해하고 있었다.

“적들이 사태를 관망하며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이 기회를 십분 이용하여 참을 수 없는 갈증에 시달리고 있는 중대원들에게 빨리 퇴각을 하게 해서 물이라도 실컷 마시도록 해야지” 김 병장은 연신 불평불만을 터트리고 있었다.

 

“김 병장 네 말이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부에서 후퇴 명령이 내려오지 않고 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중대장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망설이고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그의 옆에 있는 권 병장이 그에게 맞장구를 치며 냉정을 되찾도록 그를 다독거렸다.

“씨 팔, 잽싸게 후퇴한 기갑연대 제3중대와 제1연대 8중대에는 후퇴명령을 내렸는데, 하필 수색중대 우리들에게는 왜? 후퇴 명령을 여태껏 내리지 않는 거야!” 이런 조치는, 형평성 원칙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너무 불공평하다면서 김 영진 병장은 극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앞서 후퇴한 2개 중대도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상부에서 후퇴하라는 명령을 기다릴 여유가 없어, 총망 간에 후퇴한 모양이야!” 권 병장이 나름대로 그들의 고충이 있었을 거라고 말 하였다. “그럼, 우리 수색중대도 후퇴명령이고 나발이고 기다리지 말고, 후퇴한 2개 중대처럼 빨리 튀었어야지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목이 타 들어가는 갈증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고 하였다. 그는 빨리 물이 있는 곳을 찾아서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로 내려가자고 투덜거렸다. 그리고 김 병장은 마치! 어린애처럼 빨리 내려가자고 계속 보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상부에서는 후퇴하라는 명령을 내려오지 않았다.

때문에 초조하고 답답하게 시간만 계속 흘러만 가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드디어, 상부로부터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로 철수하라는 수색 중대장의 명령이 하달되었다.

김 병장과 권 병장은 배낭과 방동면도 다 버리고 없었다. 다만 그들은 생명과 같은 M-16자동소총과 탄띠에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실탄과 수류탄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전날 구축해 놓은 참호도 없었다. 때문에, 중대원들이 구축한 참호보다 약 4-5m정도 아래에 있는 바위 밑에서, 그들은 후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수색 중대장의 후퇴명령에 따라,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쪽으로 제일 먼저 뛰기 시작했다. 그들, 두 사람은 목이 타 들어가는 갈증 때문에 위험한 곳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물이 있는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로 정신없이 내달리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소로 옆 아주 얕은 참호 속에 전사한 전우들의 배낭과 시신들이 얼핏 보였다.

“그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을 찾아보았다!” 그들은 코를 틀어막고 전사한 전우의 배낭을 뒤적여보았다. 전사한 그들 배낭 속에는 전투식량과 수통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전사한 그 전우들은 피보다 더, 귀한 이 물을 제대로 마셔보지도 못하고 애석하게도 전사한 모양이었다. 우리에게 이 물을 남겨주고 애석하고 안타깝게도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전우들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전우에게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극도로 갈증에 시달리고 있던 두 사람은 물에 걸신들린 사람처럼 우선 먹고 살고 봐야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들은 원초적 본능에 시신이 썩는 냄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직 그들은 물을 먹는 데만 정신이 팔렸다.

권 병장은 물을 마시기 위해 고개를 뒤로 재끼는 순간, 쓰고 있던 철모가 벗겨져 땅에 툭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그까짓 철모야 땅에 떨어지는 건 개의치 않았다. 오직! 그는, 물을 먹기 위해 수통을 입에다 갖다 대고 물만 벌컥벌컥 마셔대었다. 그물, 절반은 그의 목으로 넘어가고, 그리고 그물 절반은 그의 입가로 흘러내렸다.

그는 역주하다 갈증을 해소하는 마라톤 선수마냥 달리다가 쉬었다가를 반복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계속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쪽으로 조금 뛰어 내려오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김 병장 그도 물을 마시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였다. 그런데 김 병장, 그는 철모를 쓰지 않고 조금 내려오다 말고 다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 계속 -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이냐? (71)

 

김 병장! 왜? 다시 올라가는 거야 하고 권 병장이 그에게 물어 보았다. 그는 머리가 허전해서 살펴보니, 철모를 두고 온 것 같아, 그 철모를 찾으러 다시 올라 간다고 대꾸했다. 김 병장! 그 철모 그냥 버려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철모를 그냥 버려 버리라고 말하였다. 따라서 그는, 철모는 그냥 버려, 버리고 어서 빨리 물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자고 그를 재촉 했다. 하지만, 김 병장은 고집스럽게 철모를 찾으러 다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권 병장 그는, “에라 모르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김 병장 그에게 어서 빨리 내려가자고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철모를 그 자리에 그대로 내 버려두고 혼자서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가 있는 아래로 뛰어 내려왔다. 그리고 그는, 철모를 쓰지 않고 달려 내려오니까, 훨씬 달리기가 수월하고 편하였다. 따라서 그는, 이번에는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방탄복도 벗어던져 버렸다. 또, 그는, 탄띠에 매달려 있는 탄 입대와 수류탄이 덜렁덜렁 거리며 나뭇가지와 가시덤불에 휘감겨서 달리는데 엄청 지장을 주었다. 급기야 그는, 탄띠에 붙어 있는 탄 입대와 수류탄, 멜빵까지 다 벗어던져 버렸다.

그리고 그는, 모든 군장을 다 벗어 던져버렸다. 때문에 그는 홀가분하게 내려 달렸다. 이렇게 한참을 달려 내려오다가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철모를 찾아오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김 병장 역시, 철모와 방탄복, 탄 입대와 수류탄 탄띠를 다 벗어 던진 채, 무장해제 상태로 홀가분하게 권 병장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권 병장 그는, M-16자동소총도 버려버릴까 생각하였다.’ 그러나 총이 없으면 혹시라도 숲 속에서 적이 나타나면 꼼짝없이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총만 가지고 소도산 전술기지를 향해 홀가분하게 내리 달렸다. 권 병장은 물이 있는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교통호에 제일 먼저 무사히 도착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이냐?”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권 병장을 붙잡고, 소도산 책임 전술기지 외곽초소에서 638고지 전투상황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제1중대장 김 종식 대위가 물었다. 권 병장은 계속 숨을 헐떡거리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상황이고 뭐고 물부터 좀 줘요”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물부터 먼저 달라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제1중대장 그는, 물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이번에는 권 병장 뒤를 바짝 뒤따라 들어오는 김 병장을 붙잡고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이냐 고 또다시 그에게 다그쳐 물었다?” 그는, 그들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물어 보아도 뒤따라 들어온 김 병장도 마찬가지로 물부터 먼저 달라고 애원했다.

 

“그들은 전체적인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보니 그들은, 대답이 궁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638고지를 3개 중대가 새벽 05시에 공격하다가 실패하여 아군들이 엄청난 피해와 희생이 발생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밤마다 특공대로 투입되었던 전우들이 638고지 6부 능선에서 전원 전사해 시신이 많이 있었다고, 그에게 말을 하였다. 특공대로 투입되었던 전우들이 전원 전사했다는,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제1중대장 김 종식 대위는 갑자기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그는 망연자실 하였다. 그는 또, 억! 하는 신음을 토하였다. 그리고 그는, 금방 눈시울이 붉어졌다. 특공대로 투입되었다가 638고지 6부 능선에서 전사한 전우들은 17일전, 까지만 해도 제1중대장 김 종식 대위의 옛 부하들이었다.

 

때문에,

“그는 더욱 더 마음 아파했다!”

 

맹호 기갑연대 제1대대 예비중대였던 제3중대가 앙케 작전 시작 초창기에 제일먼저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에 투입되었다. 밤마다 그들은 소도산 전술기지 후문을 통해 638고지 6부 능선에 특공대로 투입되었다. 그때 투입되었던 그들은 전원 전사하였다. 638고지 6부 능선에서 전원 전사한 전우들은 제3중대에서 제1중대장으로 부임해 오기(4월1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1중대장의 옛 부하들이었던 것이다.

제1중대 보급계 이 송 우 병장은 지난번에는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색중대에게 전투식량을 차용해 주지 않았다. 또 마실 물을 공급해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연대장과 연대보급관 이 강 근 소령에게 혼쭐이 났다!”

 

이번에는 혼 줄이 났던 그 때를 상기 하였다. 때문에 제1중대장 김 종식 대위는 보급계 이 송 우 병장에게 지금은 평시가 아니고 전시니까. 그때처럼 소속 따지지 말고 보급품과 물, 식량을 무조건 지원해 주라고 엄명을 내렸다.

 

그리고 수색중대 그들은, 굶주린 상태로 허기와 심한 갈증에 시달리며 638고지를 공격하였다. 적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쳤다. 때문에 소도산 책임전술기지로 후퇴해 들어온다는 무전연락을 받았다. 제1중대장 김 종식 대위는 보급계 이 송 우 병장에게 지시하였다. 따라서 그들은 물과 전투식량을 소도산 전술기지 후문 외곽 초소 옆에 잔뜩 쌓아 놓고 만반의 준비를 해 두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제일먼저 들어온 권 병장과 김 병장은 초소 옆에 준비해 둔, 20리터짜리 플라스틱 물통에서 떠주는 물을 원 없이 얻어 마셨다. 때문에 그들은 곧장 갈증이 해소되었다. 갈증이 해소 되고나니, 이번에는 배가 몹시 고팠다.

 

“그 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먹을 것을 찾아보았다!”

 

역시, 교통호 옆에 전투식량 (C-레이선) 이 박스채로 쌓여 있었다. 권 병장은 염치불구하고 얼른 C-레이선 박스에 벤 딩 되어있는 철사 줄을 M-16총구에 끼워 비틀어 절단하였다. 그들은 그 와중에서도 C-레이선 중에서 제일 맛있는 것만 골라 먹었다. 계속 뒤따라 들어온 김 병장과 막 도착한 최 병장과 천 병장이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그 뒤를 따라온 전우들과 함께 정신없이 허기진 배를 채우기 바빴다.

 

“그 들은 굶주린 이리떼와 하등 다를 바 없었다.”

 

권 병장은 정신을 차려 자신의 몰골을 돌아보았다. 그의 몰골은 정말 가관이었다. 따라서 그의 정글 복 바지는 나무 가지와 가시덤불에 걸려서 다 찢어져 있었다. 또, 다리에는 가시에 긁혀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온 몸에는 피와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들은 금방 무덤에서 튀어나온 유령과 다를 바 없었다. 때문에 그 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찢어진 바지를 누더기처럼 걸치고 있는 권 병장과 김 병장을 바라보고 있던 제1중대장 김 종식 대위가 “빨리 찢어진 바지를 갈아입어라” 는 지시를 내렸다.

 

권 병장과 김 병장 그들, 두 전우는 한 결 같이 갈아입을 바지가 없다고 하였다. 그때 4월 16일 새벽에 특공대로 638고지에 올라갈 때, 배낭을 다 버리고 올라갔기 때문에 갈아입을 바지가 없다고 대답하였다.

 

두 사람의 딱한 사정 이야기를 들은 김 종식 대위는 옆에 있는 전령 오 세 영 상병에게 찢어진 바지를 갈아입도록 정글 복 바지를 찾아 챙겨주라고 지시하였다. 그리고 그는, 급히 상황실로 돌아가 버렸다.

권 병장과 김 병장 뒤로 약 7-8명의 수색 중대원들이 더 들어 왔을 때부터는 월맹군들의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쉬-쉭 식!” 하는 포탄 날아오는 소리가 갑자기 뚝 끊어졌다.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후문 쪽으로 후퇴하고 있는 수색 중대원들이 들어오는 소로 철조망 사이에 적들의 포탄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 계속 -

수색중대도 몇 명만 살아 왔다고 수군거리다 (72)

 

“쾅쾅!~꽈 광!~” 수색 중대원들이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로 후퇴하는 것을, 적 월맹군들이 어떻게 알아채고 하는 수작인지?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들은 하는 수없이 나머지 수색 중대원들은 가까운 후문 쪽으로 철수하는 것을 포기하였다.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적의 박격포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 지점인 19번 도로 옆으로 우회해서 철수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때, 수색중대 본부와 제1소대, 제3소대가 무명고지를 공격하러 들어갔던 그 길을 따라 뒤돌아 나와서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정문으로 철수하겠다는 수색 중대장의 무전 연락이 왔다.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후문으로 잼 싸게 들어온 한 두 명만 제외하고, 수색중대 제2소대원들 중에서 전날 특공대로 차출되었던 특공대원들만 먼저 들어왔다. 그들 중에서도 권 병장과 김 병장은 철모와 방탄복, 탄띠와 탄 입대, 수류탄마저 다 버리고 M-16소총만 가지고 홀가분하게 제일 먼저 들어왔다. 그 뒤를 이어 다른 중대원들도 단독 군장차림으로 따라 들어 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특공대장인 김 종일 하사는 소식이 감감하였다.

그때 차출 되었던 특공대원들은 배낭과 방독면을 다 버리고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특공대로 차출 되지 않았던 다른 중대원들보다 훨씬 행동이 자유롭고 빨리 달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배낭을 지고 방독면을 다리에 차고 달리는, 특공대로 차출 되지 않았던 다른 중대원에 비해, 훨씬 빨리 달릴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마저 다 버리고 총만 가지고 뛰어 들어온 권 병장과 김 병장은 그러한 위기 상황에서 더 빨리 들어 올 수가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그들에게 지혜로운 행동이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가시덤불 정글 속을 제일 먼저 통과했던 권 병장의 정글 복 바지는 형편없이 많이 찢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통과한 김 병장 정글 복 바지는 그나마 입을만했다. ‘가시밭 길나기 바쁘다󰡑는 옛말이 격에 맞지 않는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다음 뒤따라 지나온 중대원들의 정글 복 바지는 한군데도 흠 없이 말짱하게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소로 길이 형성되었기 때문이었다.

 

약삭빠르고 두뇌회전이 잘 돌아가는 서울대학 출신, 최 병장과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앞날이 촉망된다는 천 병장은, 특공대로 차출되었던 전우들과 같이 배낭과 불필요한 것은 다 버리고 총만 가지고 들어왔다. 때문에, 단독군장차림으로 들어오는 특공대로 차출되었던 특공대원들보다 훨씬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후문을 통해 먼저 들어온 수색 중대원들은 물도 실컷 마셨다. 또, 그들은 맛 나는 전투식량 (C-레이선) 으로 잔뜩 배를 채웠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의 긴장이 한꺼번에 확 풀려 버렸다.

때문에 그들은 허기와 갈증이 해소되니까 졸음이 몰려왔다.

식사를 마친 수색중대 특공대들은 수색중대가 임시 내무반으로 사용하는 벙커로 가서 다들 잠을 청하려고 누워있었다. 이때, 전사한 한 건 철 병장 후임으로 새로 제1중대장 전령이 된 오 세 영 상병이, 정글 복 헌 바지 2개를 가져왔다. “그는 주인 없는 헌 바지 두개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는 또, A급 바지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헌 바지라도 갈아입으라.”고 바지 두 개를 그들에게 내밀었다. 이 마당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한 권 병장은 헌 바지라도 감지덕지하였다. 그는 얼른 바지 하나를 골라 입어보았다. 그 바지는 맞춤 바지처럼 그의 몸에 딱 들어맞았다.

 

그리고 김 병장도 맞춤 바지처럼 자신의 몸에 잘 들어맞는다고 좋아 하였다. 그 바지 두 개가 마치! 맞춤 바지처럼 그들의 몸에 딱 들어맞는 것이 참으로 신통방통하였다.

 

얼마 후에 안 사실이었다. 권 병장과 김 병장이 얻어 입었던 정글 복, 헌 바지 주인은 4월12일 오후 5시 경, 1개분대규모의 특공대로 638고지에 수색, 정찰 첨병으로 나갔다가 행방불명된 부 인 호 상병의 것이었다. 또 하나는 4월 13일 오전 11시경, 사단장과 주 월 부사령관 일행이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를 방문 했을 때, 적들의 82mm 박격포탄의 파편에, 목을 맞아 장렬히 전사한, 고 한 건 철 병장의 바지라는 걸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망자의 헌 바지를 얻어 입고서도 멋모르고 히죽거리며 좋아했던 것이 어쩐지 게름직하고 우스꽝스러운 짓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생명줄을 이어준, 호 신 복이 되어준 것이라고 생각 되었다. 그들은 어쩔 수없이 정글 복, 망자의 헌바지를 얻어 입게 되었다. 때문에 권 병장과 김 병장은 그 처절하고 치열한 앙케 전투에서 머리털 하나 다치지 않고 온전하게 살아 돌아왔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바지로 맺어진 그들, 두 사람의 인연은 부 인호 전우와 고, 한 건 철 전우의 얼굴도 모르고 한 번 만난 적도 없었다. “그러나 이런 생면부지인데도 불구하고 ……” 그들은 저승과 이승을 연결하는 교두보로서의 인연으로 뜨거운 전우애가 응결됨으로써, 권 병장, 김 병장 그들의 이 귀중한 생명을 지켜주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후문을 통해서 먼저 들어온 9명의 중대원들은 19번 도로 쪽으로 우회해서 철수한다는 수색중대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았다. “때문에 그들은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단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두고 온 고국의 가족들과 연인을 꿈속에서나마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이번 작전에 출동한 이후, 처음으로 마음 푹 놓고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되었다. 모처럼의 자유로운 여유를 맛보게 된 순간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옆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이번에 638고지를 공격했던 2개 중대는 엄청난 피해와 희생을 당해 전사자와 부상자를 빼고 나면 살아남은 전우는 몇 명 되지 않았다고 하였다. 이 두 개의 중대는 거의 전멸되다시피 했다고 그들은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기갑연대에서 제일 용맹스럽다는 최정예 수색중대도 이번 공격작전에서 몇 사람만, 겨우! 살아 돌아 왔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렇게 수군거리고 있었다. 또 그들은, 지금 우리 옆에 있는 저 벙커 속에서, 살아 돌아온 그들이 잠을 자고 있다고 하였다.”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전우가 이렇게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들은 서로가 맞장구를 치며 매우 긴장 된 표정으로 수군거리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수색중대 본대가 전원 전사한 것으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사실을 알고 보면 수색중대 피해는 경미했는데 …….

 

그리고 그때까지도 수색중대 본대, 중대원들은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오후 늦게 서야 수색중대 본대가 도착했다. 수색 중대장과 소대장들을 비롯한 나머지 중대원들이 19번 도로 쪽으로 우회하여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정문을 통해 기진맥진한 몸으로 무사히 도착했다. 그들 모두가 초죽음이 되어 있었다. 또, 오늘 새벽에 제 3분대가 638고지 8부 능선에서 구출한 기갑연대 제3중대소속으로 팔과 히프에 총상을 입은 분대장 박 흥 식 하사를 후송 보내느라 더 늦어졌다고 하였다.

  • 계속 - 



 

무전기가 특공대들을 살렸다 (73)

 

수색 중대장은 중대원들을 이끌고 천신만고 끝에 기진맥진한 몸으로 소도산 전술기지 정문을 통해서 도착하였다. 수색중대장 한 종석 대위는 도착 하자마자, 제1대대장 한 규 현 중령으로부터 호출 받았다. 그는 제 1대대장에게 호출되어 가서 아주 호되게 문책을 받았다고 하였다. 그는 이번 638고지 공격 작전 때, 특공대를 올려 보내놓고 대대장의 공격 명령 재촉에도 불구하고 지연시킨 결과에 대해 명령불복종으로 간주한 사건일 것이라고 중대원 그들 나름대로 추측하였다.

 

“그 외에 다른 큰 잘못이나 문제가 있었는지?” 말을 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떤 영문인지 궁금증을 풀 수가 없었다. “그 불똥이 과연 어디까지 튈지 중대원 모두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는 한참 후에야 굳은 표정으로 임시 내무반으로 사용하는 벙커로 돌아왔다. 수색중대장 한 종석 대위는 한 마디 말도 없이 침울한 표정으로 애꿎은 담배만 뻑뻑 빨아대고 있었다. 연신 담배만 피우고 있는 수색중대장의 모습이 너무 의기소침하고 우울해 보였다. 때문에 그는, 중대원 그들의 마음을 더욱 더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이번 638고지 탈환작전에서 638고지는 탈환하지 못하고, 비록 후퇴는 했어도, 수색중대는 천우신조로 큰 피해와 희생 하나 없이 추격해 오는 월맹군 6-7명을 사살하였다. 때문에 큰 전과도 올렸다. 또 그들은, 상부의 철수명령에 따라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까지 무사히 철수하였다.

“그런데 수색중대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적들과 치열한 전투를 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중대원들끼리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때문에 벙커 안 분위기가 시끌벅적했다. 그런데 중대장의 굳어진 얼굴과 침울한 표정을 보는 순간, 벙커, 내무반 안은 갑자기 냉기류가 휘몰아쳤다. 때문에 시끌벅적했던 벙커 안 분위기는 금방, 착 가라앉은 분위기로 돌변해 버렸다. 벙커 내무반 분위기는 마치! 쥐 죽은 듯 고요하였다.

그리고 수색중대 그들에게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때문에, 숨 막힐 것 같은 분위기에 견디다 못한 분대장 김 종일 하사가 바로 앞에 있는 권 준 병장에게 눈짓으로 사인을 보냈다. 그러면서 그는, 슬쩍 벙커 문을 열고 먼저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 뒤를 따라 권 준 병장과 김 영진 병장, 최 지원 병장이 벙커 바깥으로 나왔다. 그들은 교통호를 따라 파견 나와 있던 지원중대 소속 전우들이 사용하던 탄약고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앞으로 닥쳐올 후폭풍을 걱정하였다.

 

바로 위에 있는 탄약고에는 ‘위험!’ 이라는 붉은 글씨와 함께, ‘접근 금지’ 란 푯말이 붙어있었다. 탄약고 안에서는 남아있는 탄약들의 내관과 신관이 퐁! 퐁! 하는 소리를 내며 터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시커먼 연기가 솔솔 솟아오르고 있었다.

 

권 병장은 사람의 운명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하였다. 그때 고향친구 제1소대 향도 서 영 학 하사를 따라 이 탄약고 속에 놀러왔을 때, 같은 부 사관학교 동기생이었던 포반장 박 하사의 말이 생각났다. ‘여기 소도산 전술기지에서는 이 탄약고가 제일 튼튼하고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다고 하였다. 때문에, 핵폭탄이 터져도 이 탄약고는 끄떡없다󰡑고 큰 소리를 쳤다.

오히려 적들이 우글거리는 정글 속을 수색 정찰하는 수색중대 서 하사를 걱정하던 박 하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귀국특명 받아 놓고, 이 망할 눔의 앙케 전투가 터지는 바람에 귀국이 취소되었다고 불평불만을 터트리면서, 나야, 이 탄약고 속에 있으면 귀국이 좀 늦어질 뿐이겠지 하며, 여유 만만해 하는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부디! 살아서 고국에 돌아가자고 서 하사를 위로해 주던 포반장 박 하사가 이렇게 전사할 줄은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박 하사가 애석하게도 전사한 것이 마음이 무척 아프다고 하였다.

 

김 종일 하사와 최 지원 병장은 이 탄약고속에 파견 나와 있던 지원중대소속 전우들이 전원 전사하였다. 그리고 이 탄약고가 언제 또, 폭발할지 몰라 아무도 접근할 수 없다고 하였다. 때문에 그들의, 영현을 탄약고 속에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다고 하였다.

 

이곳을 빨리 벗어나자고 그들은 서둘렀다.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 탄약고와 멀리 떨어진 빈 초소에 들어갔다. 그들 모두가 담배를 한 대씩 꼬나물고 C-레이선 성냥불로 불을 붙여 담배연기를 길게 내 뿜으며 한 마디씩 주절거렸다.

 

“리 기미 씨 팔!” “도대체 대대장 새끼는 중대장을 얼마나 심하게 혼내고 닦달했으면 저렇게 기가 죽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앉아서 담배만 빨고 있을까?” 김 영진 병장이 욕지걸이를 해대며 기가 죽어 있는 중대장 모습을 보니, 갑자기 그때 그 일이 생각난다고 하였다. 입대 전, 자신이 암소자궁에 배터리 전기로 통전하여 송아지가 유산되었을 때, 마을사람들에게 욕먹으며 당하던 일이 생각이 난다고 하였다.

 

“수색 중대장은 이번 638고지를 공격하다가 실패하여 후퇴할 때도, 다른 2개 중대는 후퇴 명령도 없이 배낭과 M-16소총, 방독면 등 모든 군장을 다 버리고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후퇴하였다. 반면에, 수색중대는, 그 위급한 상황에서도 중대장 그의 뛰어난 지략과 판단으로, 그들은 침착성을 잃지 않고 일말의 당황한 기색도 없이 추격해 오는 적, 6-7명을 사살하는 전과도 올렸다. 또 상부의 철수명령에 따라,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로 큰 피해 없이 철수했던 것인데 ……”

 

“우리들이 생각하기로는 다른 2개 중대에 비하면, 수색 중대장은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무엇 때문에 저렇게 혼쭐이 나도록 닦달을 했을까?” 수색 중대장으로 부임해 오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제1대대 본부 중대장으로서 제1대대장 직속 부하로 있었다. 제1대대장 그는 수색중대장 그에게 왜? 저렇게 심하게 혼쭐을 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수색 중대장은 제1대대장한테 엄청나게 깨진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혹시! 이 일로 인해, 어제 새벽에 638고지에 특공대로 올라갔던 우리들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미치자, 특공대원 그들은 바짝 긴장이 되었다. 특공대로 차출되었던 그들은 638고지에 있는 적 벙커에 수류탄을 투척하라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책임을 물을 까봐, 그들은 전전긍긍 하였다. 때문에 그들에게 까지 불똥이 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불안감에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제 새벽에 638고지에 올라갔던 특공대원들이 무전기를 가지고 가서 중대장의 명령대로 작전을 수행했더라면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대장 김 종일 하사가 나름대로 추측하였다.

그날(16일) 새벽에 올라간 특공대원들은 하늘이 도왔는지? 단순히 중대장의 실수였는지? 무전기를 안 가지고 갔던 것과 제1대대장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라!’ 하며 특공대 작전은 취소하고, 중대 전원이 다 함께 총공격을 하라는 명령이 없었더라면, 우리 특공대들은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638고지에 특공대로 올라갔던 우리들은 지금쯤, 638고지 벙커 앞에서 적들이 쏜 총탄에 온 몸이 벌집이 되어 있을 것이다.

- 계속 -

 

 

엄청난 위력으로 탄약고가 폭발하다 (74)

때문에 우리들의 심장은 영원히 정지되어 저승에 가서 억울하다고 통곡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권 준 병장이 말했다.

 

제1대대장의 전략과 전술작전에는 문제가 좀 있었다. 하지만, 특공대원들의 목숨을 살려 준 것은 사실 것 같다. 결과적으로 특공대들을 살려준 은혜로운 분인 것은 틀림없어 하였다. 특공대로 합류하지 않았던 최 지원 병장도 신나게 빨아대던 담뱃불을 초소바닥에 비벼 끄면서, 권 병장 말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고 보니, 제1대대장이 우리 특공대원을 살린 생명의 은인인 셈 이 군 하였다. 그러면서 권 병장 그는, 앞으로 김 병장 너도 우리 특공대들의 목숨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신 그 분께 욕하면 안 된다.” 그리고 특공대로 차출되었던 우리들에게 훈장 준다고 낚시 밥 던지던 중대장보다 생명의 은인이신 제1대대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되겠네 하고, 권 병장은 김 병장 그에게 이렇게 이죽거렸다.

 

아니야! ‘제1대대장 보다 무전기가 특공대를 살린 생명의 은인이야!’ "그때, 특공대들이 무전기만 가지고 갔더라면, 제1대대장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라.’ 는 명령이 하달되기 전에, 우리 중대장의 공격하라는 열화 같은 독촉에 무모하게 공격하다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야”

이러면서 김 병장 그는 얼른, 권 병장 그의 말을 되받아쳤다.

 

아무래도 제1대대장보다는 무전기가 특공대를 살린 것 같아, 김 종일 분대장이 확실히 못을 박는 듯, 결론처럼 말했다. 중대장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사필귀정이고, 무전기를 안 가지고 간 것이, 결과적으로 특공대들의 생명을 부지하게 된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생각해보면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이 신통하게도 들어맞는 것 같다고 하였다.

 

중대장 그는, 부임할 때와 638고지에 특공대로 올려 보내는 명령을 내릴 때마다, 훈장 준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뻑 하면 그는, 훈장 준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다녔다. 이번 제1차 638고지 공격작전에서 제1대대장 한 규 현 중령한테 혼쭐이 빠지도록 깨진 이후부터는 훈장에 대한 이야기는 쑥 들어가고 말았다.

1972년 4월18일, 앙케 패스 전선의 여명이 서서히 밝아 오고 있었다. 수색 중대원들은 638고지를 공격하기 위해서 4월15일 출동하였다. 그들은 무명고지에서 뜬눈으로 하 룻 밤을 보냈다. 또다시 그들은 638고지 7부 능선에서 하룻밤을 더 보냈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이 버틸 수 있는 극한점에 도달하는 지경에 이르도록 심한 갈증으로 638고지를 공격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적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디 쳐, 638고지 공격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때문에 그 들은 제1중대 소도산 책임전술기지로 후퇴하였다. 지금 그들은, 앙케 패스 600고지에 위치해 있는 제1중대 소도산 책임 전술기지 벙커 속에서 세상모르게 곤한 잠에 빠져 들어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쩌~정”~꽝! 꽝!” 새벽에 천지가 진동하는 것 같은 폭발음 소리에 깜짝 놀라, 그들 수색중대원들은 곤한 잠에서 깨어났다. 처음에는 대지진이 일어난 줄 알았다. 아니면! 핵폭탄이 폭발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땅이 아주 심하게 흔들렸다. 그 폭발은 대지진도 아니고 핵폭탄이 폭발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 폭발 소리는 다름 아닌, 제1중대 소도산 책임전술기지에 파견 나와 있는 지원중대 106mm 무반동총 탄약고가 엄청난 위력으로 2차 폭발했던 소리였다. 그때 1차로 폭발했을 때, 탄약고속에 있던 전우들이 전원 전사하였다. 지원중대소속의 전사한 106mm 무반동총 포반장과 사수와 부사수, 탄약수들의 수습하지 못한 시신들이 완전히 공중분해가 되었다. 때문에 그들 시신들은 흙먼지와 함께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들, 시신들은 약 20-30m 밖에 있는 제3선의 전술 철조망까지 날아갔다. 그 들의 시신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발기발기 찢어진 채, 제1중대 전술기지 제 3선의 전술철조망에 여기저기에 빨래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그 중, 시신 한 구는 철조망과 교통호 사이로 날아와 불에 시커멓게 그 을 린 채, 머리 부분이 반쯤 날아가고 없었다. 마치! 그는, 머리가 반쯤 없는 흑인 조각처럼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정말 섬뜩해 보였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들이었다. 온 천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있는 시신 조각들에는 파리 떼와 구더기가 바글거리고 있었다. 시신 썩는 고약한 냄새와 역겨운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앙케 패스 600고지에 위치해 있는 아군 전술기지에 고약한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정말, 이곳 소도산 전술기지에는 생지옥과 다름없었다.

며칠 전 (4월15일) 보병 3개 중대가 638고지를 공격했을 때였다. 적들은 아군의 포 사격을 교란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명고지에서 월맹군들이 쏜 75mm 직사포가 106mm 무반동총 탄약고 환기통 창문을 통해 탄약고 속으로 명중되었던 것이다. 이때 파견 나와 있던 지원중대 106mm 무반동총 탄약고가 1차로 폭발했던 것이다.

“그 폭발로 인해 탄약고 안에 쌓아 놓은 장약에 불이 붙었다!”

 

때문에 그 불은 계속 탄약고속, 밑으로 타 들어갔다. 그 불로 인하여 장약과 조립되지 않은 뇌관과 신관이 폭발하였다. 그 불은 꺼지지 않고 남아있던 조립된 폭탄과 조립되지 않은 신관과 내관들이 산발적으로 계속 폭발하였다. 때문에, 아무도 탄약고 근처에는 접근할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 탄약고 속에서 장렬히 전사한 그들 4명의 전우들의 시신을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관계로 그들 시신들을 그냥 그 곳에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 탄약고 속에 쌓아놓은 장약에 옮겨 붙은 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 탄약고속으로 타 들어갔다. 때문에 그 불은 탄약고 맨 밑에 보관 중이던 T NT에 옮겨 붙었다. 그 속에 있던 T NT 약 1톤가량이 엄청난 위력으로 오늘 새벽에 2차로 폭발했던 것이다. 핵폭탄이 터져도 끄떡없다던 그 탄약고 벙커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때문에 탄약고가 있었던 그 자리는 작은 연못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도 절반은 폐허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오늘 새벽에 앙케 패스 600고지에 위치해 있는 아군 전술기지에서 엄청난 위력으로 이 탄약고가 폭발하였다. 이 폭발은 지원중대 106mm 무반동총 탄약고가 엄청난 위력으로 2차 폭발하였다. 때문에 소도산 아군 전술기지가 절반가량은 폐허로 변해버린 어수선한 일은 아침이었다.

 

바로, 이때였다.

저쪽 외곽 초소에서 갑자기 “탕! 탕!~”하는 M-16총소리가 두 발 들여왔다. 분대장 김 종일 하사와 권 준 병장은 총소리가 나는 외곽초소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외곽초소 안에서는 난생 처음으로 앙케 작전에 참전하는 월남 신참인 황 정춘 일병이 하얗게 겁에 질린 모습으로 왼쪽 손으로 오른쪽 손을 움켜쥐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이고, 나 죽네!”

엄마!

“나 좀 살려 줘요!"

그의 비명소리와 함께, 초소바닥에서 피가 낭자 한 채, 황 일병 그가, 초소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김 종일 하사는 자신의 러닝셔츠를 찢어 겁에 질려 공포에 떨고 있는 황 일병 상처를 급히 지혈을 시켰다.

- 계속 -




 

 

자해하는 전우들 (75)

 

그는 황 일병의 손을 꼭 잡고, "황 일병, 왜 그래!"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계속 황 일병 ‘괜찮아!’ ‘괜찮아’ 하였다. 그는 이렇게 황 일병을 안심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우두커니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던 권 준 병장은 얼른 벙커(내무반)으로 달려갔다.

 

그는 중대 위생병에게 황 일병이 총상을 입어다고 말하였다. 때문에 그의 손에 피가 낭자하다고 하였다. 그는 위생병에게 빨리 치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잠이 덜 깬, 중대 위생병은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대며 정신을 가다듬고는 얼른 구급 대를 챙겼다. 그는 급히 외곽초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는, 급히! 황 일병의 손에서 피가 낭자한 상처를 압박붕대로 지혈을 시켜 응급조치를 취하였다.

황 일병 본인은 오발사고라고 하였다. 하지만, 위생병인 김 병장이 보기에는 오발사고가 아니었다. “중대 위생병 그는, 황 일병이 자해한 것 같다고 중대장에게 보고했다!”

 

위생병 김 병장의 보고를 받은, 수색중대장 한 종석 대위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발사고로 보기엔 의문점이 너무 많아보였다. 그리고 그는, 그것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었다. 혹시, 중대원들이 어리석게도 황 일병 그에게 동요되어 똑같은 일을 저지를까 봐 하는 것이, 더 큰 걱정이 되었다.

"며칠 전에도 638고지를 공격하라는 상부의 명령이 하달되었을 때, 함께 638고지를 공격 했던 바로 옆 중대인 제 3중대에서 겁에 질린 초급장교, 소대장이 M-16소총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쏘아 자해를 하여, 106병원으로 후송조치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우리 중대에서도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다니, 수색중대장 한 종 석 대위는,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황 일병을 시범케이스로 아주 엄하게 다스려 놓아야, 다른 장병들도 다시는 이런 불상사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 고 생각하였다. “때문에 중대장 그는, 황 일병 그을, 혹독하고 무자비하게 문초 하 기 시작했다!”

 

황 일병! “솔직하게 말해봐!” “어떻게 해서 실탄이 발사되어 오발 사고가 났는지? 바른대로 똑바로 말해봐 하였다.” 그러면서 중대장 그는, 마치! 고양이가 쥐를 노려보듯, 무섭게 황 일병을 노려보았다. 황 일병 그는, 잔뜩 주눅이 들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외곽 초소 안에서 M-16총구를 쥐고 넘어지는 바람에 실탄이 발사되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사건의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황 일병의 진술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도대체 총구를 어떻게 잡고 넘어졌기에 사격할 때 사용하는 검 지 손가락 한 마디만 날아가나 하였다. 또, 총알이 두 발이나 발사될 수 있느냐?”고 그를 다그쳤다. 대답이 궁한 황 일병은 이번에는 진술을 번복하였다. 총을 땅에 떨어뜨리는 순간, 얼떨결에 총구에 오른쪽 검 지 손가락을 총구에 갖다 대 다고 하였다. 때문에 실탄이 두 발이 발사되어 맞았다고 횡설수설 하였다.

“바른대로 말 못 해!”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를 똑 바로 꼬나보며 중대장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황 일병의 M-16소총을 빼앗아 잠금장치 자물쇠를 풀고 황 일병이 보는 앞에서 그가 떨어뜨렸다는 높이에서 땅에다 개머리판으로 몇 번 “탁! 탁!” 쳐보는 재연을 해 보았다.

 

하지만, “그가 번복한 진술처럼 실탄은 발사되지 않았다!” 이것을 지켜본 황 일병도 M-16소총 노리쇠가 완전히 후퇴되지 않기 때문에 격발장치가 작동되지 않아, 실탄은 장전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문에 그는, 실탄이 장전되지 않기 때문에, 실탄이 발사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는 모든 것을 단념하고 말았다.

 

그 제서야 황 일병 그는, 고개를 푹 떨어뜨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중대장님! 살려 주십시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 십 시 오 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앙케 패스 전쟁터가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서 이 생지옥 같은 여기를 빠져 나가기 위해서 자해를 했다고 실토하였다.

 

그리고 그는, 첫 발은 실패하고, 두 번째로 발사된 총알로 자해를 했다고 이실직고했다. 중대장 그는, 황 일병이 자해했다는 자백을 듣는 순간, “저 개 상놈의 새끼 당장 군법에 회부하여 남한산성 육군형무소로 보내 버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려댔다!” “병신새끼, 머저리, 겁쟁이 같은 새끼라고 그는 흥분 하였다.” 그는 마치! 황 일병을 잡아먹기나 할 듯이 노려보며 노발대발하였다.

중대장 그는, 격분을 참지 못해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

 

이앙케 전투에서 전투를 하고 있는 그들은, 그 무엇보다 죽지 않고 몸 건강히 살아서 귀국하는 것이 그 당시 그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수색중대원 그들의 하나같이 바라는 소원이기도 했다. 때문에 모두들 말은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황 일병처럼 어떻게 해서라도 이 생지옥 같은 앙케 패스 전쟁터를 탈출하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다, 쳐보는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대원 누구나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해에 대한 고민과 묘안을 한 번 쯤은 다,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을 터이다.

 

황 일병 그도 순간적으로 정신적 공황에 빠져 어리석게도 자해를 택한 모양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다들 황 일병의 처지를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입장이었다. 황 일병이 자해를 했다는 자백에 중대장이 황 일병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흥분하는 것을 보고, 김 영진 병장이 새파랗게 겁에 질려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자신도 죽지 않을 정도로 전상을 입고 후송이나 갔으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놈의 앙케 전투가 몸서리가 쳐 진다고 하였다.

“김 병장 너,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 아 라, 저기 철조망에 널려있는 시신조각들 좀 봐!” “며칠 전 수색중대가 여기 소도산 전술기지에 도착할 때만 하더라도, 이곳에서는 이 탄약고가 제일 튼튼하고 안전하다고 하였다. 그때, 불안과 공포에 질려있는 수색중대원들에게 마음이 아프다고 위로해 주던 그 전우들이 저렇게 비참하게 전사할 줄은 그 누가 알았겠나?”

 

“오직! 인간이 죽고 사는 운명은, 절대자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황 일병처럼 자해를 하고, 김 병장 너처럼 경상을 입고 지휘관들의 눈을 속여서 다행히 여기를 벗어난다 할지라도 신만은 속일 수 없을 것이야, 때문에 여기를 탈출할 생각은 아예 그만하고, 차라리 신에게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훨씬 마음에 안정이 될 것이야 ……”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옛말이 있듯이, 죽을 놈은 이 생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탈출한다 해도 결국 죽을 것이고, 살 놈은 어떻게 해서라도, 이 생지옥 같은 이 전쟁터에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권 병장이 체념하듯 말했다.

인간의 심리는 급박한 상황일 때, 모든 운명을 신에게 맡기고 의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앙케 전투에 참전한 전우들은 오직! 살아서

그리운 부모형제와 사랑하는 처자식이 있는 내 조국 대한민국 땅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일념뿐이었다.

 

그들은 그리운 부모형제와 사랑하는 처자식이 있는 내 조국 대한민국 땅으로 살아 돌아가기 위해, 기독교인은 하나님께 기도를 올렸다. 불교인은 부처님께 간구하였다. 종교가 없는 전우들은 조상님들께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또 빌었다. 저마다 이 절박한 생명줄을 이어가기 위해 마음속에 신을 하나씩 모시고 살았다.

- 계속 - 




 

 

생지옥으로 변해 버린 전술기지 (76)

 

권 병장 그도, 조상님과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부디! 살아서 그리운 내 조국, 대한민국 땅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나약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으니, 제발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는 신에게 수백 번 빌고, 또 빌었다.

말 그대로, 앙케 패스 전쟁터는 생지옥과 다름없었다.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주변과 638고지 주변에는 여기저기에 아군과 적들의 시신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었다. 때문에 그들 시신에는 파리 떼와 구더기가 바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시신 썩는 고약한 냄새가 온 산천에 진동했다.

 

그들 모두가 이 생지옥 같은 전쟁터를 탈출하여 살아 돌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고 있었다. 중대장 그가 훈장 준다는 말은, 꼭 저승길로 내 모는 저승사자의 목소리로 들렸다. 또, 죽음의 낚시 미끼로 생각되었다. 때문에 그들은, 그 따위 훈장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무엇 보다 그들은 죽지 않고 살아만 갈 수 있는 것에만 관심을 집중하였다. 때문에 그들은, 중대장이 준다는 훈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따라서 그들은, 그 알량한 훈장 하나와 귀중한 내 생명과 맞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결코 못 되기 때문이었다.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든 것은 그 탄약고 속에 함께 보관 중이던 가스탄까지 폭발하였다. 때문에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에는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가스가 퍼져나갔다. 그야말로 이 소도산 책임전술기지는 생지옥과 같았다.

 

그 같은 상황 속에서도 먼저 638고지로 진격하기 전에 운반하다 남은 탄약을 또다시 수색중대원들에게 운반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리 기미 씨 팔!” “포탄을 운반하면 뭣해! 죽도록 운반해 놓은 포탄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저렇게 터져 나자빠지는데 ……”

불평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분 대원들에게, 분대장 김 종일 하사가 이렇게 말했다. 저기 남아 있는 저 포탄들은 사용하기 위해 옮겨 놓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적 월맹군들이 저 포탄들을 가져가서 사용할 가 봐, 아군 전술기지 안으로 운반해 놓아야 된다는 상부의 지시라고 하였다.

“난생 처음으로 피의능선, 죽음의 고지로 명명된 638고지를 공격하다가 수십 번씩 죽을 고비를 넘기고 천신만고 끝에 천우신조로 살아 돌아왔는데, 휴식도 없이 또다시 포탄이나 운반 하라니 ……”

우리가 전투를 하는 군인인지? 포탄을 운반하는 노무자인지 알 수가 없다고 수색 중대원들은 불평불만을 터뜨리고 있었다.

“죽어도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에 들어오지 말 것을,” 성질이 불같이 급하고 여수 배 모가지에서 좀 놀았다는 고 상병과 떠버리 점박이 상병은 분기탱천하여 연신 울분을 토했다. 또 그들은 애비(중대장)가 있어도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였다. 때문에 수색중대원 모두들 불평불만이 하늘을 찌를듯하였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리듯이 가스가 바람을 타고 수색 중대원들이 있는 쪽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가스다!”

수색중대원들은 하던 일손을 멈추고 신속히 벙커에 들어가서 모든 문을 닫고 모두들 방독면을 착용했다. 황당하게도 후문을 통해 제일 먼저 들어온 특공대원들은 방독면이 없었다.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638고지에 특공대로 차출되어 4월16일 새벽에 출발할 때, 특공대 작전에 불필요한 군장들은 다 버렸기 때문이었다. 특공대로 차출되었던 대원들은 중대장의 명령에 의해 방독면을 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특공대로 차출되지 않았던 약삭빠른 최 병장과 천 병장은 특공대원들처럼 빨리 들어 올 욕심으로 다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들은 이런 상황에 처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하였다. 다만 그들은 방독면이 거추장스럽다고 자신들이 스스로 방독면을 버린 것을 지금 한 없이 후회하였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말로만 듣던 신경가스일까?󰡑 ‘아니면, 독가스일지도 몰라!’ 그들은 그런 상상을 하니까 무서운 생각에 소름이 확! 끼쳐왔다. ‘피의 능선!’ 죽음의 고지에서 폭탄과 총알이 빗발치는 속에서도 불가사의하게도 그들은 살아 돌아왔다. 그런데, 여기서 가스에 질식해 죽겠구나 생각하니까. 그들은 온 몸이 떨려오며 두려움과 무서운 공포가 엄습해 왔다.

제1중대 소도산 책임전술기지 후문으로 먼저 들어온 특공대원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빨래 줄에 걸려있는 세면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벙커구석에 머리를 쳐 박고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이렇게 한참을 지났을까, 제주출신 송 세열 하사가 “깨 에스~해제!”라고 냅다 소리쳤다.

 

바로, 이때였다.

권 병장 그는, 가스 해제라는 소리를 듣고, 세면수건을 뒤집어쓰고 구석에 쳐 박고 있던 머리를 살며시 일으켰다. 그는 머리를 살며시 일으켜, 뒤집어쓰고 있던 세면수건을 벗겼다. 그리고 그는 코로 냄새를 맡으며, 눈을 떠 보았다. 그는 눈만 조금 따끔거릴 뿐 견딜 만했다. “이건 최루탄 가스야!” 학생운동을 하면서 시위현장에서 최루탄 가스 냄새를 많이 맡아본 최 지원 병장이 말했다. 때문에 권 병장 그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들 모두가 안도의 긴 한 숨을 내 쉬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하루살이 같은 신세로 전락한 전우들은 이 전쟁이 두렵고 지겨웠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탄약고가 근무 시간대 낮에 폭발하지 않고 새벽에 모두가 벙커 속에서 곤히 잠들어 있을 때와 외곽초소 안에서 보초 근무를 할 때, 탄약고가 2차 폭발했던 것은 불행 중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많은 전우들의 희생과 피해가 최소화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대원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또 하루를 연명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만약에 지금처럼 포탄을 운반하고 있을 때, 저 탄약고가 엄청난 위력으로 2차 폭발했더라면 포탄을 운반하고 있던 수색 중대원들도 전사한 지원중대 전우들처럼 시신이 전술 철조망에 빨래처럼 그렇게 널려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모두들 몸서리가 쳐지고 모골이 송연해 졌다!”

 

지원중대와 수색중대는 기갑연대 전술기지 내 바로 옆에 주둔해 있었다. 그들 수색중대와 지원중대는, 연대내 단 하나 밖에 없는 중대로서 언제, 어디에서라도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신속히 달려가서 작전을 지원하는 공통점이 서로가 같은 중대이기도 하였다.

그때 4월12일 출동 첫 날, 수색중대가 월맹군들에게 기습 공격을 받았다. 그들은 지휘관을 다 잃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낮선 앙케 협곡 19번 도로 뒤쪽에 고립되었다. 그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을 때였다. 이때, 수색중대를 제1중대 소도산 책임전술기지까지 길 안내를 해 주었던 지원중대 소속 그 전우 들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시신마저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져서 처참하게 전사한 4명의 지원중대 전우들에게 수색 중대원들은 너무나 마음 아파하였다.

 

앙케 전투 에서는 적들보다 아군이 정보전에서 크게 밀렸다. 아군은 적정에 대한 정보 부재 때문이었다. 다만 아군이 알고 있는 정보는, 앙케 협곡에 베트콩 몇 명이 출현했다는 엉터리 정보뿐이었다.

때문에, 아군은 정보전에서는 결정적인 치명타를 맞고 말았다.

- 계속 -



 

아군은 적들의 함정에 빠졌다. (77)

 

아군은 적정에 대한 엉터리정보와 정보력 부족으로 계속 혼돈과 무질서 속에 갈팡질팡하였다. 아군은 적들이 흘린 역정보에 말려들어, 그들의 전략과 전술작전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때문에 정보전에서 밀린 아군은 전략과 전술작전에서도 적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군의 막강한 화력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또 아군은, 잘 훈련된 용감한 장병들도 속수무책으로, 그들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적 월맹군들은 지방 게릴라 베트콩이 아닌, 고도의 특수훈련과 교육을 받은 월맹군 최정예 특수부대였다. 그들은 지도와 나침반 없이, 그리고 눈을 감고도, 이곳 지리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잘 아는 이곳 출신들로만 선발하였다.

 

때문에 그들은, 플레이쿠에 주둔해 있는 월남군 제2군단의 유일한 보급로인 19번 도로부터 먼저 차단하였다. 또 그들은, 월남에서 최전방 다낭에 주둔해 있었던 청룡부대가 다낭 항을 통해 철수 할 때를 노렸다. 그리고 그들은, 주 월 한국군이 주둔해 있는 지역 중, 최전방인 앙케 고개 바로 위에 있는, 600고지에 위치해 있는 맹호 기갑연대 제1중대 책임 전술기지를 총공세로 감행하여, 일망타진할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적들은 앙케 패스 계곡 일대의 구석구석에 틀어박혀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638고지를 완전히 점령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점령한 638고지를 철통같은 방어와 매복 작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같은 함정을 파 놓고, 아군이 다가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오랜 시간동안 철저한 정신교육과 고도의 특수훈련을 받은 월맹정규군 3사단 12연대 최정예 450특공 대대였다.

 

그런데, 그들은 평소 다른 작전지역에서는 수색중대만 보아도 혼비백산이 되어 도망치던 지방 게릴라 베트콩으로 위장하였던 것이다. 또 그들은, 이렇게 아군들에게 슬쩍 역정보를 흘렸다.

그리고 그들은 아군이 방심하고 공격해 오도록 유도하였다. 그리고 또 아군은 적들의 교묘한 전술작전에 말려들고 말았다. 때문에 아군의 전략과 전술작전은 최악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아군은 적들을 얏 잡아 본 것이 큰 불찰이라고 할 수 있다!”

아군은 적들이 아군책임전술기지 바로 코밑에 와있다는 첩보와 정보도 입수하지 못하였다.

때문에 그들은, 아군의 책임전술기지인 제1중대, 600고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앙케 고개 건너 캄보디아 국경부근 지하에 인민 해방 전선 혁명정부가 들어서 있는 곳에서 한가롭게 한미합동 HID침투작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짓을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들은 내 집에 불이 난, 줄도 모르고 남의 집에 가서 불을 끄고 있는 모양새가 된 것이었다.

아군은 적들의 정보를 너무나 모르고 있었다. 반면에, 적들은 아군의 정보를 소름끼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마치! 그들은 거울 들여다보듯, 너무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이 같은 아군 정보를 알아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들은 아군의 전략과 전술작전을 마치!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잘 알 수 없으나, 공교롭게도 그들은, 맹호 기갑연대 수색중대가 앙케 패스 19번 도로 옆 Q커브지점에 수색, 정찰작전을 하러 온다는 것을 알고, 노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 길목에 기관총을 설치해 놓고 매복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수색중대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수색중대는 적들이 함정을 파놓고 있는 것도 모른 채, 그들은 사자의 굴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 꼴이 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사단장과 주 월 부사령관 일행이 제 1중대 소도산 책임 전술기지를 방문하러 온다는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적들은 82mm 박격포와 75mm 직사포를 아군 전술기지로 정 조준해 두고 있었다.

그들은 수 천 킬로의 호찌민 루트를 통해 가지고 온 포탄을, 즉시 사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또 그들은, 638고지 보다 약 38m 정도 아래에 있는 600고지를 향해, 수 십 발의 포탄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사단장과 주 월 부사령관 일행의 전용헬기가 제1중대 전술기지에 랜딩하기를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사단장 전용헬기가 이륙하자마자 곧바로 아군 책임전술기지에다 포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사단장과 주 월 부사령관 일행이 전용헬기를 타고 탈출할 수 없도록 소도산 전술기지에서 꼼짝달싹 못하게 고립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이처럼 놈들의 전술작전과 정확한 첩보에 입각한 정보력에 아군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때문에 아군은 적들에게 여지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불문가지의 결과이었다.

오늘 새벽에 106mm 무반동총 탄약고가 2차로 폭발하였다. 이번 폭발로 인해 소도산 전술기지에서 하나밖에 없는 106mm 무반동총 직사포마저 파손되고 말았다. 그들은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진퇴양난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고육지책으로 앙케 패스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근처에 있는 월남군 제2군단 소속 포병들에게 포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들은, 주 월 한국군은 보유하지 않은 최신형 175mm 직사포를 지원해 주겠다고 응답해 왔다, 때문에 주 월 한국군은 638고지에 있는 천혜의 요새와 같은 적 월맹군들의 벙커와 참호가 있는 좌표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주 월 한국군은 월남군 포병 그들에게 포 지원사격을, 적 월맹군들이 점령하고 있는 638고지에 가해 주기를 요청했다!”

 

그런데, 월남군 포병들의 포 사격은 영 엉망이었다. 그들은 638고지에 있는 월맹군들의 벙커를 향해 포사격을 하는 것인지? 그것이 아니면 고의로 주 월 한국군 전술기지로 포를 발사하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아니면, 그들의 단순한 실수인지? 그렇지 않으면, 월남군의 포사격 실력으로는 역부족인지?

처음 몇 발은 638고지에 있는 월맹군 벙커 근처에 떨어지더니, 그 다음부터는 맹호 기갑연대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근처 철조망에 떨어졌다. 끝내는 그들이 발사한 포탄이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안에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들의 포사격은, 참으로 속상하고 답답하였다. 정말 황당하였다. 그리고 주 월 한국군 앙케 작전 지휘부는 깜짝 놀랐다. 월남군이 쏜 포가, 주 월 한국군 전술기기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 월 한국군 앙케 작전 지휘부는 급히 무전기를 통해 월남군 제2군단 175mm 직사포 지휘부에 강력히 항의하였다. 적 벙커가 있는 638고지로 포를 쏘라고, 월남군 관측 장교에게 좌표수정을 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주 월 한국군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받은 월남군들도 좌표수정을 한 모양이었다. 때문에 그들의 포가 다시 638고지의 월맹군 벙커 근처에 몇 발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가 싶더니 또다시 그들의 포가 아군 전술기지에 근처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군인 주 월 한국군의 피해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의 포탄이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안에 떨어졌다. 주 월 한국군들은 혼비백산이 되었다.

- 계속 -




 

 

한심한 월남 군대 (78)

 

그들은 벙커나 참호 속으로 급히 대피 하였다. 그러나 불행 중 천만 다행으로 주 월 한국군 병사 한 명만 월남군이 쏜 포탄 파편에 맞아 손목에 가벼운 부상을 입고 말았다. 때문에 주 월 한국군은 생각보다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앙케 작전 지휘부는 월남군 포 지휘부에 다시 거세게 항의하였다. 그들은 즉시, 월남군의 175mm 직사포 사격을 중지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그런데 또, 이게 웬일인가? 그들에게 포사격 중지 요청을 강력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주 월 한국군이 있는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전술철조망에 계속 3-4발의 포가 더 떨어졌다.

그들은 중대전술기지에 방어목적으로 설치해 놓았던 전술 클레모아, 조명지뢰, 제3선의 전술철조망 일부분이 파괴되고 말았다. 이런 멍청한 꼴을 당한 앙케 고개 소도산 전술기지에 있던 주 월 한국군 장병들은 어처구니없어하였다.

 

“그들 모두가 급히 벙커와 외곽 초소로 대피하면서 분노했다!”

 

“저, 개 쌍놈의 새끼들은 도대체 포를 어떻게 쏘는 거야?” “월남군 포병새끼들, 우군 맞아?”

그들은 월남군 포병들에게 개새끼, 소 새끼, 걸쭉하게 욕지거리를 해대었다. 그리고 그들은, “저 개 쌍놈의 새끼들은 월맹군보다 더한 놈들이네 하였다.” 그리고 또, 소도산 전술기지에 있는 주 월 한국군 전우들은 입에 게거품을 물고, 그들 월남군 포병들에게 욕지걸이를 해 대며 방방 떴다.

 

서울 대학을 나왔다는 최 지원 병장이 몹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마! 월남군 175mm 포진지에도 월맹군들의 포가 떨어지고 있는 모양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월남군이나 한국군이나 똑같이 잡으라는 적은 안 잡고 아군 잡는 똥 포구먼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월남군 포병들은, 적들이 있는 적, 진지에는 포사격은 하지 않고, 오히려 아군 전술기지에 포사격을 하는 형편없고 한심한 인간들이라고 그는 한 마디 내 뱉었다.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최 지원 병장 말을 듣고 있던 분대장 김 종일 하사도 한 마디 거들었다. “적 월맹군 그들은, 포 다리(삼각대)도 없이 나무나 바위에 기대놓고 포를 쏴도 소름끼칠 정도로 명중률이 정확하다고 하였다. 또 그는, 638고지 큰 바위 밑에서 했던 말을 또다시 한 번 더 반복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월남군 포병 놈들은 주 월 한국군에는 없는 성능이 아주 뛰어난 최신형 병기로 적들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포사격을 하면서도 적 벙커에는 떨어뜨리지 않고 아군 전술기지에만 포탄이 떨어지게 하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쩍다고 말했다. 그는 저런 엉터리 포 사격을 하고 있는 것이 정말 한심스럽다고 개탄하였다.

 

저, 개새끼들이 포사격을 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분명히 실수가 아니고, 고의로 주 월 한국군 전술기지로 포사격을 하는 것 같다고, 모두들 흥분 하였다. 저놈의 군대가 월남 군대인지? 아니면 월맹 군대인지? 그리고 저 놈의 월남 군대는 우군인지, 적군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수색중대원 모두들 흥분하고 분개하였다. 때문에 주 월 한국군 그들은 도무지 헛갈려서 혼돈상태에 빠져 전선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말! 한심한 월남 군대였다. 그 당시 월남 군대는 작전 임무수행을 하다가 사정상 작전을 수행할 교대 병력이 도착하지 않아도 교대시간만 되면, 월남군 그들은, 작전은 하든지 말든지 내팽개치고, 민간인 회사에 직원들 출퇴근하듯이, 인수인계도 없이 무조건 철수해 버린다고 하였다.

 

한국에서는 민간인 회사에 근무하는 경비아저씨도 교대 근무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하물며 자기들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적들과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최후의 보루인 군인들의 정신상태가 이정도로 썩어 빠졌으니, 이 나라의 앞날이 암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군다나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월남 군인들은 이등병도 출퇴근을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보초 설 때도 부인과 함께 선다고 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월남 군대였다. 이런 군대가 어떻게 이 나라를 지켜낼 수 있을지?

 

당시, 월남 중부전선 최전방에 주둔해 있던 월남군 어느 여단 책임 전술기지에서는 베트콩들이 세 이파(특공대)가 공격해 온다는 뜬소문에, 월남군들은 혼비백산이 되었다. 자신들의 전술기지 방어 작전을 해야 할 보병들은 방어 작전은 하지 않고, 그들은 무조건 도망을 쳤다. 또, 포차 운전병들은 야포는 매달지 아니하고 포차에다 자기 집 이삿짐과 처자식들만 태우고 도망쳤다.

 

그들은 그렇게 한 참을 도망치다가, 적들이 세 이파(특공대)가 공격해 온다는 것이, 헛소문이 다는 것을 알고 다시 돌아왔다고 하였다. 참으로 황당하고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이 광경을 시켜 보고 있던 이 부대의 최고지휘관인 여단장은 너무나 황당하고 기가 막혀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아 자살했다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이보다 더 기가 막히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도 있었다. 주 월 한국군 맹호 기갑연대 제1중대 소도산 책임전술기지에는 월맹군으로부터 세 이파(특공대)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파견 나온 지원중대 탄약고에 직사포 공격으로 탄약고가 폭발하는 바람에 중대 전술기지가 절반가량이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때문에 아군은, 전사자와 전상자가 부지기수로 생겨나는 엄청난 피해와 희생이 발생했다.

 

그런데, 앙케 고개 19번 도로 건너편에 있는 주 월 한국군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보다 약간 낮게 서로 마주보고 있는 월남 민병대 통신대 전술기지에는 앙케 전투가 끝날 때까지 적 월맹군으로부터 세 이파(특공대) 공격 한번 받지 않았다. 또, 그들은 월맹군 적으로부터 직사포와 박격포탄 공격도 한 번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적으로부터 A K-47소총 사격 한번 받지 않은 안전지대였다. 이것이야 말로 정말 의문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정말 아연실색할 일이었다.

 

“도저히 정상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또, 월남 민병대 전술기지를 월맹군 전술기지로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서 주 월 한국군 전술기지로 적들의 포를 유도하는 느낌마저 들게도 했다. 그리고 모든 정보를 월맹군들에게 제공해 주고 월남 민병대들과 월맹군들이 협공하여 주 월 한국군 전술기지를 공격하는 것 같은 의심마저 들게 했다.

 

“42여 년이 지난 공산화 된 지금까지도 그때, 그 월남 통신대전술기지는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반면에, 주 월 한국군 제1중대 소도산 책임전술기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 그 당시의 상황을 잘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정말!

한심스럽고 혼돈스런 월남이란 이 나라, 이 민족의 사상을 의심 할 수밖에 없었다. 월남정부와 군대도 전혀 신뢰가 가지 않았다. 월남 민병대들은 더더욱 믿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앙케 고개 19번 도로 건너편에 있는 월남 민병대 통신대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적들로부터 그들은 소총과 박격포 공격 한번 받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수상쩍다. 적으로부터 공격한번 받지 않은 안전지대였다는 것은, 적과 그들이 내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때문에, 19번 도로 저 건너에 있는 월남 민병대 통신대부터 먼저 공격해야 된다고 주 월 한국군 장병들은 이구동성으로 큰 소리로 말했다.

- 계속 - 




 





그 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무덤을 파고 말았다 (79)

 

세계평화와 자유를 위해, 그들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머나 먼 타국 땅에 까지 와서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바쳐 싸워야 하는 주 월 한국군 그들에게는 강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월남군대만 탓할 수만 없는 노릇이었다. 월남 군대뿐만 아니라, 월남정부 각 부처와 반공 주의자이었던 티우 대통령 최측근까지도 공산프락치들이였다. 그들은 월남정부 요직 곳곳에 틀려 박혀 있었다. 그들은 모두 다 간첩들이었다. 간첩들이 월남 정부요직과 월남군대 안에서 우글거렸다.

요지경 속의 월남정부와 월남군, 민병대 모두 하나같이 믿을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 처지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 월 한국군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적들에게 아군의 정보가 누출되어 작전수행에 엄청난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미국 정부도 이런 형편무인지경으로 공산프락치에 둘러싸여 간첩들이 우글거리는 월남정부와 월남군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때문에 그 들도 월남전이란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명분을 찾고 있었다.

여기를 빠져나갈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되고 있던 평화회담이었다.

 

그 당시 캄보디아 국경 근처에는 수많은 땅굴 속에 인민해방 전선 임시정부가 들어서 있었다. 북쪽 하노이에 포진한 월맹군들은 ‘미군들도 더 이상 확전을 원치 않는다.’ 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그 들은 그 정보에 따라 총 15개 사단 중, 12개 사단으로 춘계 대공세를 감행해 내려오고 있었다.

적 월맹군들이 쳐 내려오고 있는 이 같은 전시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수도 사이공에 있는 데모꾼들은 이 같은 사실을 묵살하였다. 그들은 마치! 살판이라도 난 듯이 날 뛰었다. 사이공대학 총학생회와 시민단체들이 연합한 일종의 시민연대를 구성하였다. 그들은 반부패운동에 나섰다. 때문에 이 조직에 공산당 프락치들이 대거 침투하였다.

그리고 사회지식인과 종교지도자 및 종교인, 대학생들은 월맹공산당의 첩자들에게 세뇌되고 말았다. 그들은 그 알량한 민족주의를 앞세워 온갖 구호가 난무하는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외쳐 댔다.

“우리는 전쟁은 싫다!”

“우리는 전쟁이 너무 지겹다!”

“우리는 이 지겨운 전쟁이 하루 빨리 종결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왜? 무엇 때문에 외국군대를 불러들여 같은 민족, 형제끼리 죽고 죽이며 피를 흘려 싸워야 하나?”

 

“그리고 우리는 민주주의 체제든, 공산주의 체제든 그 어떤 체제가 통치를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그러면서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무덤을 파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전쟁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럴싸한 선전 선동으로 반전 반미 구호를 외쳐댔다. 그러면서 그들은 매일같이 데모만 일삼고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월남 정부를 혼란과 혼 돈 속으로 빠져 들게 하였다.

과연!

이, 나라 국민들은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월남정부를 지지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공산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월맹정부를 지지하는 것인지? 어느 쪽이 우군이고, 어느 쪽이 적군인지 분간이 안 되는 정말 혼돈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나라가 월남이란 나라였다.

 

이처럼 혼돈스럽고 신뢰할 수 없는 이 같은 나라를 위해서 그 누가 이 나라를 위해 희생 하여 가며 지켜 줄 것인가? 세계 어느 나라 군대도 자기 나라를 자신들이 지키지 않고 반전운동, 인도주의운동, 문화운동을 빙자한 단체들을 총 동원하여 반정부시위를 일삼고 있는 이 나라를 그 누가 지켜 줄 것인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있는 희망도 미래도 없는 이런 나라를 위해서 그 누가 자신의 아까운 목숨을 바쳐가며 지켜주고 싶겠는가? “참으로 월남이란 이 나라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비록 그들이, 월남공화국의 군대조직이라 할지라도 희망과 미래도 없는 국가, 간첩들이 득시글거리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에 맹목적으로 목숨 걸고 충성할 애국심이 남아 있었겠는가? 더군다나, 월남전에 참전한 주 월 한국군들의 심정이 어떠했을 것인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여기가 내 조국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이 월남이란 나라를 위해, 그 것도 간첩들이 활개 치며 매일같이 반미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데모만 일삼고 있는 이 나라를 위해, 싸워주어야 할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이런 얼빠진 민족과 데모꾼들을 위해 귀하고 아까운 목숨을 바쳐 이 나라를 지켜줄 명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저러다가 이 월남이란 나라는 곧 망 할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마저 들기도 했다!”

월남공화국은 ‘타이타닉 호’처럼 서서히 침몰해 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앙케 작전을 지휘했던 지휘관들은 ‘피의능선, 죽음의 고지라고’ 불렀던 월맹군 3사단 12연대가 천혜의 요새와 같은 참호와 벙커 속에서 철통같이 방어 작전을 하고 있는 앙케 패스 638고지에 계속 보병에게만 무모하게 진격을 명한 작전은 그야말로 난센스가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매일같이 허송세월, 반미와 반전을 외치며 반정부데모만 일삼았다. 하지만 월남공화국은 국력과 무기체제 및 경제력이 공산 월맹공화국 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세하였다. 하지만, “사회지식인과 종교지도자 및 종교인, 대학생들은 반정부데모만 일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월남 정부 요직 곳곳에 틀려 박혀 있는 간첩들과 내통하여 월남정부와 국민들의 안보태세 정신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그들, 월남 국민들은 씻을 수 없는 오판으로 안이한 방위태세와 국가 수호에 최후의 보루인 월남군은 싸워 보겠다는 사기와 의지마저 상실하고 말았다.

 

결국은 “월남군은 적과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1975년 4월30일 10시20분 라디오 방송을 통해 공산 월맹군에게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따라서 월남공화국은 패망하여 역사의 무대 뒤로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져 간 월남공화국에서는 그들 마음대로 했던 반미와 반정부 데모도 일체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그 들은 데모 할 자유마저 잃어버린 공산화로 통일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들은 허송세월 반미와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월남 정부를 혼란과 혼 돈 속으로 몰아넣어 패망하게 하고, 공산 월맹군들에게는 승리하게 하였다. 결국은 그 들이 바라는 공산화로 통일되고 말았다. 하지만 공산 월맹군들은, 한번 반정부 데모를 했던 자들은 또다시 반정부 데모를 한다는 이유로, 공산화 통일에 앞장섰던 일등 공신인 그 들을 제일 먼저 “처단”하였다. 월남 국민 800만이 희생되었다는 소문만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허구 헌 날 반미와 반정부 데모로, 월남 정부를 혼란과 혼 돈 속으로 몰아넣어 월남공화국의 패망에 앞장섰던 그들 데모꾼들을, 제일 먼저 처형했다는 끔찍한 소문만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을 뿐이다.”

반전과 반미를 외치던 그 데모꾼들은 감방 속에서 이렇게 외쳐다고 하였다. 온다던 미국은 왜? 오지가 않는가 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 데모꾼은 그 감방 속에서 이슬처럼 사라져갔다. 때문에, 그들이 사라져 간 이 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흔한 데모는 한 번도 없었다. 결국, 그 데모꾼들은 “애 궂은 월남국민 800만을 희생 시키고,” 그 들 스스로 자신들의 무덤을 파서,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꼴이 되고 말았다.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에서 북한 인권을 외면하고 북한 정권을 옹호하는 종 북 좌파들은 이 월남 패망을 반면교사를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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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겠나? (80)

 

“앙케 작전 ……”

맹호 기갑연대 대대 망 무전기에서 다급하고 처절한 무전교신이 오가고 있었다. “J 중대장! 조금만 참고 기다려!” “본관이 최선을 다해서 구출작전을 전개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참고 기다리고 H대대장이 J 중대장에게 명령하였다.

 

J중대장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악을 썼다. “야! 이x 자식아 내가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겠나?”

“너! 이 새끼야!”

“내가 여기서 살아서 나가기만 하면 너는 총으로 쏴 죽여 버리겠다.” 이처럼 절망적이면서도 걸쭉한 욕지거리가 다급하고도 분노에 찬, 그의 목소리가 뒤엉켜, C P에 있는 상황실 대대 망 무전기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6중대장 그는, 여기서 도저히 살아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앞 뒤 가리지 않고 막말로 638고지 공격작전을 지휘하는 직속상관인 H대대장에게 아주 심하게 반발하며 대들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벙커 속 상황실에 있는 직속상관인 H대대장은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극도로 흥분하고 있는, 적진에 고립되어 있는 제6중대장을 대대 망 무전기를 통해 조용히 달래며 안심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지금, 제6중대는 적 월맹군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고립된 상태였다. 그뿐만 아니었다. 제6대 그들은, 보급과 물도 완전히 중단되어 굶주림과 견딜 수 없는 갈증에 사면초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적과 싸울 탄약과 실탄까지도 다 소진되어 극심한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십 명의 부하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현장을 지켜보면서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없는 상황에 처해진 제6중대장 그는, 악에 바쳐 직속상관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완전히 눈이 뒤집혀졌다. 그는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앞뒤 생각할 겨 을 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는 이처럼 극도로 흥분하고 있었던 것이다.

 

맹호 기갑연대 제6중대는 월맹군들이 점령하고 있는 638고지 뒤쪽 너머 낙타고개 비슷한 350고지와 작은 여러 개의 무명고지에 랜딩을 하였다. 그들은 350고지와 작은 무명고지 사이에 있는 깊은 저지대 개활지에 헬기로 랜딩을 명하였다. 그들 제6중대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적진 깊숙한 심장부에 헬기로 랜딩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적진 깊숙한 곳에 고립되고 말았다. 때문에 그들은, 월맹군들에게 완전히 포위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처럼 적진 깊숙한 곳에 고립된 제6중대는 4월13일 08시30분, 헬기 5대에 6명씩 탑승하여 빈 게 지역 푸 미 마을에 위치한 중대 전술기지를 출발하였다.

 

그들은 적들의 주거점인, 638고지를 공격을 하 기 위하여 마주 보이는 약 1500m 지점에 위치한 360고지 안부에 랜딩을 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하달 받았다. 때문에 그들은, 약 20분간에 걸친 포 지원사격과 무장헬기에 의한 랜딩지점 확보가 완료되었다 는 F O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제2소대장 강 희 수 중위가 지휘하는 제1번 기의 랜딩을 선두로 하여, 2번 기와 3번 기가 연이어 랜딩을 완료하였다.

그 뒤를 이어 4번 기가 꼬리를 물고 랜딩 지점으로 진입하는 순간, 350고지로부터 시작된 적들의 기습적인 대공사격과 치열한 포사격이 시작 되었다. 때문에 그들은 도저히 랜딩이 불가능했다.

 

제6중대장 정 태경 대위 그는, 기우뚱거리며 돌아온 4, 5, 6기의 헬기를 독려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악전고투 끝에 중대원 52명이 랜딩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되는 적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치고 말았다.

때문에 나머지 중대원들은 랜딩이 좌절되고 말았다.

그들이 적진 깊숙이 뛰어든 지점은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무명고지와 350고지 밑에 있는 갈대숲이 무성한 개활지 저지대였다. 그리고 그들이 랜딩을 시도하던 중, 헬기를 향해 쏘아대는 적들의 대공사격으로 제2, 3소대 선임하사와 무전병이 전사하고, 3명의 중대원이 부상당했다.

또, 미군헬기 부조종사가 전사하는 엄청난 희생과 피해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에 반해, 적들은 350고지와 무명고지에 1개 중대병력 규모로 양쪽 고지에 배치시켜 놓고, 저 지대에 고립되어 있는 아군들에게 협공 작전을 펼쳤다. 때문에 아군들은 적들의 협공 작전을 돌파하기 위해, 랜딩지점 저지대 개활지에서 350고지로 공격해 올라가면, 350고지에 있는 적들과 무명고지 쪽에 배치되어 있는 적들이 아군의 앞과 등 뒤에다 협공하여 사격을 퍼부어 댔다. 그들은 하는 수 없이 다시 저지대로 철수하여, 무명고지 쪽으로 공격해 올라가면, 이번에는 무명고지에 있는 적들과 350고지에 배치된 적들이 아군의 앞과 등 뒤에다 양쪽고지에서 협공으로 사격을 퍼부어대었다.

“때문에 아군들에게는 전사자와 부상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적들의 A K-47소총 유효사거리 바깥으로 후퇴하였다. 그들은 다시 랜딩지점 깊은 계곡, 갈대숲 속 저지대로 후퇴하게 되었다. 이때, 적들은 A K-47소총 유효사거리를 벗어난 아군들에게 75mm무반동총 직사포와 82mm박격포로 무자비하게 포탄을 우박처럼 퍼부었다.

때문에 제6중대원 그들은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서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또, 그들은 사면초가와 같은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절망적인 상황에서 악전고투하게 되었다.

앙케 작전 지휘관 그들은, 어제(4월12일) 기갑연대 수색중대가 19번 도로 Q커브지점에서 적들로부터 기습공격을 받아 엄청난 피해와 희생이 난 것도 모자라, 오늘(4월13일) 제6중대를 적진 깊숙한 곳에 무모하게 랜딩작전을 명하였다. 그들은 헬기에서 랜딩하자마자 곧바로 고립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많은 희생과 피해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 같은 작전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작전 명령이었다. 이 같은 작전은 기름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한 마디로 말해, 이번 작전은 군 교범에도 없는 무모한 상식 밖의 작전이었다. 결국 이앙케 작전은, 전략과 전술작전은 완전히 무시된 채, 오히려 적들을 도와주는 작전이 되고 만 셈이었다.

아군과 적군을 분리해서 미군의 막강한 항공폭격과 무장헬기 폭격을 주축으로 하여 주 월 한국군의 우세한 포사격으로 적들의 진지와 벙커를 초토화 작전으로 쑥대밭을 만들어 놓아야 했다. 아니면! 네 이 팝 탄으로 적들의 진지에 불바다를 만들어 놓은 다음에, 보병을 투입했어야 했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보병부터 적진 깊숙한 곳에 랜딩을 시켰다.

아군이 적진 깊숙한 심장부에 뛰어든 것은,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든 거나 마찬가지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적들로부터 완전 포위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작전이 되고 말았다. 이 같은 작전은, 삼척동자도 결과를 훤히 내다볼 수 있는 명확한 일이었다.

 

이처럼, 아군이 적진 깊숙한 곳에 포위되고 고립되어 있으니까. 뒤늦게 미군의 항공폭격과 무장헬기 폭격을 실행하려고 해도 속수무책일 뿐이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적들은 아군이 사용하는 대공포판을 펼쳐놓고 아군으로 위장하여 교란 작전까지 펼치고 있었다. 이른바, 피아가 구분되지 않도록 아군과 적군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 계속 -